[D:방송 뷰] '앨리스'의 과제...김희선·주원의 묘한 로맨스
입력 2020.10.03 00:00
수정 2020.10.02 15:07
SBS 금토 드라마 '앨리스'가, SF 판타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와 가족 간의 이야기가 잘 맞물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엄마의 얼굴을 한 김희선과 묘한 기류를 형성하는 주원의 관계에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앨리스'는 죽은 엄마를 닮은 여자와 감정을 잃어버린 남자의 마법 같은 시간 여행을 그린다. 시간여행 앨리스 시스템을 구축한 윤태이(김희선 분)는 1992년으로 시간여행을 하다 그곳에서 박진겸(주원 분)을 임신한 사실을 알고, 남게 된다. 윤태이는 박선영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아들 박진겸을 키우다 2010년 의문의 범인에게 살해당한다. 이 때 '앨리스'는 평행 세계관을 도입해 2050년에서 온 윤태이와 1992년에 살고 있는 윤태이가 한 시대에 공존하게 됐음을 알린다.
그리고 2020년 경찰이 돼 박진겸이 만난 윤태이는, 1992년에 살고 있던 과거의 윤태이의 미래다. 박진겸은 엄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윤태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함께 시간여행을 연구한다. 그러면서 의문의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본의 아니게 함께 지내기까지 한다. 엄마 박선영과 함께 지냈던 집에서 이제는 윤태이와 함께 있게 된 것이다.
진겸은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윤태이에게 그리운 감정을 불쑥 드러내고, 태이는 진겸의 언행에 당황스러워한다. 진겸은 태이를 향해 어머니를 향한 애틋함과 멜로 그 사이에서 애마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 진전은 태이가 미래로 시간여행을 가면서 시작된다. 태이는 진겸이 2021년에 엄마를 죽인 범인을 찾다가 살해당한 장면을 목격한다. 2020년으로 돌아온 윤태이는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진겸에게 범인을 찾는 것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며 이전과 다른 감정을 내보인다.
이대로 '앨리스'에 로맨스가 더해진다면 진겸의 서사와 감정이 조금 더 디테일하게 그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이는 자신이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진겸에게 빠질 수 있어도, 진겸이 자신을 키워준 엄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에게 느끼는 연인의 감정은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1992년의 박선영과 2020년의 윤태이가 평행 세계로 인해 다른 인물이라고 설정했어도 쉽게 납득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앨리스'는 두 사람의 관계 외에도 예언서의 존재, 선생의 정체 등의 떡밥이 남아있다. 휴머니즘과 SF를 균형있게 끌고 가고 있는 '앨리스'가 설득력 있게 주원과 김희선의 관계를 풀어낼 수 있을지가 상승세를 탄 '앨리스'의 또 하나의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