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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유튜브 코미디 시대①] "코미디언들이 서는 곳이 무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0.01 01:00 수정 2020.10.01 19:43

ⓒKBS ⓒKBS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KBS2 ‘개그콘서트’가 긴 여정을 마무리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방송환경과 트렌드의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에 부딪혀 방송사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했다. 갑자기 무대를 잃게 된 코미디언들, 특히 신인급 코미디언들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새로운 활동지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를 통해서다.


◆ 지상파 공개코미디 전성기와 길었던 암흑기


1999년 시작된 ‘개그콘서트’는 백재현과 서울예대 후배들이 대학로에서 선보였던 ‘투유’ 공연을 그대로 방송에서 재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방송에서 보는 공개 코미디는 그야 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결과는 시청률로 이어졌다. 방송 시작 3개월 만에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초대박을 터뜨렸다. 그 당시의 인기 코너와 인기 코미디언들도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다.


‘개그콘서트’는 베테랑 코미디언들은 물론이고 신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이들의 활약이 활발하던 2003년 8월 31일(200회 특집) 방송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 35.3%를 기록했다. 또 당시 프로그램의 수장 역할을 했던 박준형은 2003년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스타 사관학교’라고 불릴 만큼, 많은 코미디언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와 사랑을 받았다.


2006년(평균 시청률 18.45%)과 2007년(평균 시청률 16.45%)은 코너들이 연달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SBS ‘웃찾사’와 MBC ‘개그야’까지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 시기는 짧지만 강렬했던 ‘공개 코미디의 황금기’가 됐다. 한때는 회당 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면서 높은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기는 그리 길지 못했다. 2014년 하반기, 코너 내용이 단순화되고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를 잃어가면서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부진은 물론이고 장기적 코너 발굴의 실패, 제작진의 역량 문제 등이 꾸준히 언급됐다. 비단 ‘개그콘서트’뿐만 아니라 지상파의 모든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막을 내렸고, 수차례 방송시간을 옮겼던 ‘개그콘서트’도 결국 잠정 중단을 가장한 종영을 발표했다.


ⓒ엔조이커플, 피식대학 유튜브 ⓒ엔조이커플, 피식대학 유튜브

◆ 코미디언들이 서는 곳이 ‘무대’가 된다


MBC ‘개그야’, SBS ‘웃찾사’ 그리고 KBS2 ‘개그콘서트’ 등 지상파 코미디를 대표했던 프로그램들이 연달아 폐지되면서 일각에서는 “신인들이 설 무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신인 코미디언들의 경우는 지상파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표면적으로 ‘사라졌다’고 보였던 이들은 여전히 바쁘게 아이디어를 짜고, 이를 콘텐츠화하고 있었다. 바로 ‘유튜브’에서였다.


개그맨 커플인 손민수와 임라라는 각각 2014년 tvN ‘코미디빅리그’, 2015년 SBS 신입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들이 데뷔했던 당시는 방송가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이미 암흑기를 지나도 있던 터였다. 실제로 이들은 물론 이 당시의 신인 코미디언들은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간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손민수와 임라라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은 현재 구독자 18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3년전 업로드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 몰카’인데, 현재까지 이 영상의 누적조회수만 해도 1200만뷰를 훌쩍 넘겼다. 주로 개그 코너를 선보이면서도 유튜브의 특성을 활용해 먹방 등의 콘텐츠는 물론 ‘커플’의 장점을 살린 연애 관련 잡담들을 나누고 있다.


구독자 110만명의 ‘동네놈들’도 몰래카메라로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각 2009년과 2014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안진호와 최부기, 그리고 2012년 슈퍼모델 선발 대회로 데뷔한 정재형이 뭉친 채널이다. 일진 몰카, 미용실 몰카, 금은방 강도 몰카, 헬스장 몰카 등 다양한 장르의 몰래 카메라를 주력 콘텐츠로 하고 있다.


한동안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뒤늦게 ‘대박’이 터진 사례도 있다.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는 기존 대학생 공감 콘텐츠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다가 탈북자 콘셉트의 몰카 시리즈가 조회수 450만회에 달하며 ‘대박’을 쳤다. 이후 피식 대학은 탈북자, 복학생 콘셉트를 주력으로 해 3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로 거듭났다.


이밖에도 김준호는 ‘얼간 김준호’(구독자 42만명),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68만명), 장다운·한으뜸의 ‘흔한남매’(207만명), 김승진·유룡·이재훈의 ‘배꼽빌라’(90만7000명). 안윤상의 ‘더빙신안윤상’(23만명), 이상훈의 ‘이상훈TV’(32만8000명), 안일권(16만3000명), 이국주(38만9000명) 등 인기 코미디언과 신인 코미디언을 막론하고 유튜브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혹자는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를 잃었다”고 하지만 사실상 코미디언들에게 정해진 무대는 없다. 그들이 서는 곳이 곧 무대가 되는 셈이다. 유튜브라고 다를 것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대박’을 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와 웃음 포인트로 차곡차곡 쌓은 콘텐츠들이 뒤늦게라도 주목을 받는 사례들이 많고 최근 들어 유뷰브 콘텐츠 개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추세라 향후 유튜브를 통한 코미디 수요도 더 활발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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