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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신영호 작가를 설명하는 키워드…서예의 이해, 동시대 미술, 골동액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9.25 14:54 수정 2020.09.25 20:13

신영호 화백 ⓒ데일리안DB 신영호 화백 ⓒ데일리안DB

신영호 작가는 일찍이 동양화를 전공했던 대학교 시절부터 ‘나의 미술작업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품었다. 현실 속에서 그 답을 찾던 중, 만학도로 중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중국에서 전통에 관한 연구를 진행함과 아울러 현대미술의 생성과 변화의 현장을 보게 된다. 그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시각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었는데 그의 창작의 핵심은 ‘서예의 이해’로부터 시작했다. 그는 ‘서예와 회화 비교 연구’로 한국인 최초 북경중앙미술학원 실기박사가 되었고, 그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1년 귀국한 뒤 ‘리퀴드 드로잉(Liquid drawing)’이라는 독창적 개념으로 창작을 진행하고 있다. 신영호 작가가 주시하는 것은 동양회화 가운데 유구한 역사를 갖는 ‘수묵’이다. 분명히 할 것은 주시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대상이 수묵일 뿐, 그의 작업은 수묵이라는 틀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동시대 수묵은 이미 과거의 역사에 매몰돼 있어 현대적 비판에서 괴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Liquid Drawing-Study on Tree 8102 (2019년) ⓒ갤러리K 제공 Liquid Drawing-Study on Tree 8102 (2019년) ⓒ갤러리K 제공

신영호 작가가 바라보는 수묵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붓’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붓은 서양의 브러쉬와는 다르다. 서예를 기반으로 한 필법으로 획을 써 내려간 그의 그림은 ‘그리다’ 와 ‘쓰다’로 표현되는 동시에 보편적 회화의 의미를 지닌다. 붓의 용법은 서예로부터 왔지만 궁극적으로 서예와 회화는 그 근원이 같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묵 기반 작업을 굳이 드로잉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동서양의 미술의 ‘근원적 의미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수묵(水墨)은 말 그대로 ‘물’과 ‘먹’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역대 동양회화에서는 수묵의 정신적 측면을 요구해왔다. 같은 재료에 작가 저마다의 정신세계가 결합한 수묵, 신영호 작가의 수묵 작업이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왠지 낯설기도 한 배경이다. 때문에, 신 작가의 작업에 있어 수묵화의 역사와 관계성에 대한 설명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작가의 의도와 경험을 바탕으로 결과물이 나온 이후 해석과 작가 정신세계에 대한 접근은 관람자의 몫이 된다. 신영호 작가는 도리어 “관람자의 해석을 들으며 배우려고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그리고 관람자는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순환의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다. 작품에 담은 작가의 철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감상에 프레임을 만드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 우리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



Liquid Drawing-Study on Tree 8218 (2019년) ⓒ갤러리K 제공 Liquid Drawing-Study on Tree 8218 (2019년) ⓒ갤러리K 제공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근대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쏟아져 들어온 서구의 문물과 사상의 영향으로 이전의 문화적 전통과는 얼마간 간극이 발생했다. 하지만 동서의 비교를 통해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일은 신영호 작가에게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신 작가의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동양의 전통적 방식과 서양의 드로잉 요소가 자연스레 혼재돼 있다.


전통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통과 현대의 문제에 접근할 때 ‘전통은 중요한가?’ 혹은 ‘전통은 수호해야 하는가?’와 같은 호소력 없는 문구보다 그저 전통과 고전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해 있다는 메시지로 전통을 이야기한다.


Liquid Drawing_4317 (2015년) ⓒ갤러리K 제공 Liquid Drawing_4317 (2015년) ⓒ갤러리K 제공

신영호 작가는 본인의 작품에 대해 현대미술이 아니라 ‘동시대 미술’이라고 표현한다. 현대의 의미는 모더니즘과 컨템포러리 두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중세, 근대와 구별되는 시대로서의 현대를 뜻하는 모더니즘, ‘당대’라는 뜻의 컨템포러리, 두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당대를 함께 살아가는 작가로서 ‘동시대 미술’을 지향한다.


미술품을 판매하는 아트딜러나 미술품을 소장하는 컬렉터에게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된다. 미술은 가치의 문제이며 시각적 효과에 관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소통하고 나누기 위해서는 역사의식을 필히 가져야만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역사란, 시대별 역사가 아니라 역사의 전체적 흐름, 맥락을 알아야 그림에 대한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신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전통과 역사를 오래 공부했지만, 창작은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작가는 이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배경지식에 두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그 가치가 온전히 전파되길 바란다.


Liquid Drawing_4502 (2015년) ⓒ갤러리K 제공 Liquid Drawing_4502 (2015년) ⓒ갤러리K 제공

중국의 유명 화백 치바이스를 아는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거니와 중국의 기관매체에서 조사한 결과 ‘역대 중국 작가 중 가장 인기 있는’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유네스코에도 그의 이름이 등재됐다. 대한민국에서도 2회가량 전시를 진행했고, 그의 작품을 들여오는 데만 수천억 원이 들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는 화백이다. 치바이스는 중국 정통의 핵심을 표현하는 요소들이 있어 부드럽고 온화한 필체로 그린다고 말해지지만 정말 칼처럼 날카롭고 핵심적인 부분도 있다.


새우는 치바이스의 작품을 오마주 해서 그린 것인데, 북경에 위치한 중앙미술학원에서 70세가 넘은 치바이스를 초빙해 강의 자리를 마련했고 이때 그에게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작품을 오마주 하고, 화폭에 옮겨 담는 등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 관심은 세대를 거쳐 신영호 작가에게까지 도달했다.


Liquid Drawing-Study on Tree 101 (2019년) ⓒ갤러리K 제공 Liquid Drawing-Study on Tree 101 (2019년) ⓒ갤러리K 제공

신영호 작가를 얘기할 때, 액자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액자에는 오랜 시간이 묻어있다. 작가는 ‘고전’이라는 것에 꾸준히 의지한다. 인류의 역사는 절대 짧지 않고, 내가 존재하기 이전 사람들이 했던 고민과 성과라는 노력의 산물 위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다가왔기에, 지금의 이 시간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익숙한 진리로 믿는다. 역사 혹은 시간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관객들에게 시간에 대해 인식하는 기회를 전달하고자 고민했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을 지닌 액자에 현재 본인의 그림을 채우는 행위를 이어간다. 액자와 그림, 둘 사이에 시간적 거리가 존재하기에 서로 충돌할 수도 다른 의미가 파생될 수도 있다. 작가는 “그림의 시작은 골동 액자와 내가 만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신영호 작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북경 중앙미술학원에서 미술학 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부교수 및 한국미술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6 colorful Convergence, 2016 The 13th Asian & African and Mediterranean International Modern Art Exhibition (항주 중국), 2017 우한수묵비엔날레(우한 중국), 2018 “Recent Work” (핫야이 태국), 2018 전남수묵비엔날레(목포 한국), 2018 ACAF2018 The 10th A&C Art Festival (서울) 등 초대전 및 개인 전시회 이력도 화려하다. 역서 ‘신은 어디에 있는가’, 저서 ‘전통미술의 감상과 교육’, ‘서법주의 원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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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지웅 갤러리K 아트딜러 jwkim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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