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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협 잠정합의안 놓고 노-노 갈등…부결시 '고난의 행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9.24 11:39 수정 2020.09.24 11:39

강성 현장조직들 유인물 통해 조합원들에게 부결 선동

합의안 부결시 집행부 정치적 타격…강성화 전환 우려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들이 배포한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현대차 노조 현장조직들이 배포한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1일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노조 내 강성 현장조직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일면서 노-노 갈등이 심화돼 오는 25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측 추가로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라 이번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사 모두에게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 내 강성 현장조직들은 노조 집행부가 기본급 동결 조건으로 잠정합의를 맺은 데 반발하며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선동하고 있다.


공동행동, 혁신민주, 현장활동가 학습모임, 금속연대, 금속민투위 등 현장조직들은 현대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생산 활동에 매진한 결과 흑자를 달성했다며 기본급 동결을 수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장조직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측과 기본급 동결에 굴욕적으로 합의했다며 25일 찬반투표에서 부결을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가 도출한 임협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성과금 150%,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급은 동결했지만 성과급과 우리사주, 상품권 등 일시금은 사측의 1차 제시안보다 최대 200만원가량 높이며 반대급부를 제공했다.


하지만 현장조직들은 이를 두고 턱없이 부족하다며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현대차 임단협은 큰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현장조직은 정치적으로 현 집행부와 라이벌 관계다. 지부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행정부’고 지부장이 소속된 현장조직이 ‘여당’이라면, 다른 현장조직들은 ‘야당’인 셈이다.


정치판과 마찬가지로 야당 개념의 현장조직들은 집행부가 사측과 도출한 합의안을 비판해 부결시키는 게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유리하다.


반대로 집행부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는다. 투표 결과가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결 이후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교섭 테이블이 열릴 경우 집행부는 강성 현장조직들의 의견을 수용해 무리한 요구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사측 역시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언태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사장은 전날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올해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위기 지속, 대외 여론 등을 감안할 때 회사가 추가 결단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노사 모두에게 더 큰 혼란과 피해만 초래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25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 노사가 목표로 했던 추석 연휴 전 타결이 무산됨은 물론, 향후 교섭 과정에서 심각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현대차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임금 동결 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비관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IMF나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경제·산업적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현대차 노동조합원들이 대승적 결단으로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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