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안' 국민의힘 둘러싼 몇 가지 불안 징후…해법은?
입력 2020.09.21 16:40
수정 2020.09.21 16:41
'기업규제 3법'·'당색 변경' 두고 김종인·구성원 이견 표출
김종인, 소신 강조하지만 당내 반발 기류 만만치 않아 삐걱
"소신도 중요하지만 정당의 수장…구성원 얘기 더 들어봐야"

출범 이후 비교적 단합된 모습으로 순항을 이어 온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몇 가지 불안 징후가 포착된다. 특히 당 안팎의 각종 현안을 두고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엇박자를 내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기반으로 탄력을 받았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점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과 당내 인사들의 이견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은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법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법이 아니다. 일부 의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정할 것이 있으면 내용이 고쳐질 수 있지만, 법 자체를 거부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생각한다"며 재차 찬성의 뜻을 밝혔다.
다만 당내 반발의 기류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는 '공정거래'라는 명칭을 붙여 밀어붙이고 있지만, 핵심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주주 3% 이상 의결권 제한 등 기업 경영진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시장경제를 중시한다는 보수정당에서 이러한 내용에 동조한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이 법에 찬성하는 것은 사실상 현 정부의 '반기업 정서'에 우리가 동조한다는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는 것도 올바른 야당의 태도가 아니지만, 보수적 가치와 뚜렷하게 상반되는 법안에 이끌려가는 것이 야당으로서 보여야 할 행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의 반발 의견에도 김 위원장이 뜻을 굽히지 않는 데는 이번 기업규제 3법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가 정치활동 내내 줄곧 역설해 왔던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3법이 담고 있는 기업계의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는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자회사 경영진이 부정행위를 할 경우 모회사 소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 소송제' 등은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역임했을 당시 발의한 법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따라서 당내서는 김 위원장이 당내 의견 수렴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에 입각한 독단적 당 운영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과 소속 인사들의 불협화음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당색' 개정에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장이 빨강·파랑·노랑의 3가지 색상을 혼용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당내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최종 확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3색 혼용을 밀어붙이든, 의원들 의견대로 핑크색을 유지하든 어느 한 쪽은 자존심이 상하기 마련인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서 김 위원장 본인의 평소 소신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수정당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얘기를 조금 더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로 생각이 다른 점을 좁혀나가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조언했다.
당색 문제에 대해서 장 소장은 "김 위원장의 의중처럼 3색 혼용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담았으면 좋겠다는 뜻은 존중돼야 하지만 당색은 뚜렷한 선명성과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의원들과 구성원들의 논의를 다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친 후 본인의 의견이 수정된다고 해서 리더십에 무리가 가는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