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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신차 없는 중견 완성차 3사, 개소세 절벽 어쩌나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9.18 06:00 수정 2020.09.17 16:40

상반기 이전 출시 모델, 개소세 감면율 축소로 매력 떨어져

신차 즐비 현대·기아차와 달리 중견 3사 볼륨차종 신차 全無

중견 완성차 3사 공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GM 부평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데일리안 DB 중견 완성차 3사 공장 전경.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GM 부평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 ⓒ데일리안 DB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몰빵’ 정책 부작용이 본격화되며 완성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3~6월 정상 세율(5%)보다 70% 감면된 개소세 1.5%의 ‘맛’을 본 소비자들이 7월부터 3.5%로 오른 세율에 부담을 느끼며 내수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개소세율 변동과 무관한 고가 차종을 보유했거나 개소세율 변동 이후 출시된 신차를 보유한 덕에 판매 감소 요인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중견 3사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하반기 내수 판매는 하향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을 견인해줬던 주력 모델들은 7월부터 차 가격이 수십만원씩 오르는 핸디캡을 안게 됐고, 이를 보완할 신차 계획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경우 개소세율 변동 첫 달인 7월 내수 판매량이 6301대로 전월 대비 반토막(53.9%↓) 났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24.2%나 빠졌다.


XM3의 판매가 고공행진을 멈추고 급락한 효과가 가장 컸다. 개소세 1.5% 적용 첫 달인 3월 출시된 XM3는 월 5000대 이상씩 팔리다 개소세가 3.5%로 오른 7월 2000대 이하로 판매가 급감했다. 가격이 저렴한 엔트리 차종이라 개소세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의 부진은 8월에도 이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21.5% 감소한 6104대에 머물렀다. XM3의 인기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XM3. 상반기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물량을 견인했으나 개소세 감면폭이 축소된 7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XM3. 상반기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물량을 견인했으나 개소세 감면폭이 축소된 7월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도 형편이 딱히 나을 게 없었다. 7월 내수판매는 전월 대비 25.3% 감소한 6988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3.5%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는 없던 트레일블레이저라는 볼륨 차종이 추가된 데 따른 것으로, 다른 차종들은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8월 실적은 더 부진했다. 트레일블레이저 효과를 안고도 전년 동월 대비 8.0%나 감소한 5898대에 머물렀다. 중견 완성차 업체들에게 월 6000대는 수입차 상위 1~2위 업체들에게도 못 미치는, 국내에서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게 합리적인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올해 신차가 없어 상반기부터 고전했던 쌍용차는 계속해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7월 내수 판매는 23.0% 감소한 6702대, 8월은 15.5% 감소한 6792대였다.


중견 완성차 3사는 앞으로 뚜렷한 상황 개선 요인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판매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만한 신차 계획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개소세율 변동 이후 출시된 신차라면 애초에 1.5%의 개소세율을 적용받은 전례가 없으니 상대적 박탈감에서도 자유롭겠지만, 중견 완성차 3사는 그런 효과를 누릴 만한 신차를 준비해놓고 있지 못하다.


한국GM은 개소세율 변동 이후 풀체인지나 완전 신차 출시 계획이 전무하다. 최근 출시된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앞에 ‘리얼 뉴’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아닌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다. 전면 디자인을 살짝 손보고 트림을 재구성한 것만으로는 이전에 팔리던 차와 완전히 차별화시킬 수 없다.


설령 구형 모델의 전성기적 판매실적을 재현하더라도 월 400~500대 수준의 판매량은 수입차로서는 준수한 실적이지만 완성차 업체의 물량에 기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르노삼성 역시 하반기 론칭 모델인 SM6와 QM6가 모두 페이스리프트로 큰 폭의 물량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 전기차 조에(ZOE)는 완전 신차지만, 전기차에 볼륨 모델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전기차 시장 규모의 한계를 결정짓는 정부 보조금은 이미 상당부분 소진된 상태다.


쌍용차는 하반기 G4렉스턴 신모델과 티볼리 에어 출시를 예정하고 있지만 둘 다 새 얼굴은 아니다. G4렉스턴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고, 티볼리 에어는 한동안 단종됐던 티볼리의 롱바디 모델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다.


디 올 뉴 투싼. 하반기 현대차의 내수 판매를 견인할 기대주다. ⓒ현대자동차 디 올 뉴 투싼. 하반기 현대차의 내수 판매를 견인할 기대주다. ⓒ현대자동차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도 신차를 대거 출시할 예정이라 중견 3사와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투싼 4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에 이어 하반기 중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로운 준중형 SUV GV70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하반기 제대로 된 신차로만 2종을 내놓는다. 두 차종 모두 월 수천 대의 판매물량을 보장해줄 수 있는 볼륨 모델이다.


여기에 싼타페, 코나,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모델들도 출시했거나 출시 대기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들어 페이스리프트 타이밍에 큰 폭의 디자인 변경을 가하는 경향이 있어 풀체인지에 육박하는 신차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돼 기간별 역대 최다 판매량을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는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대표적이다.


기아차도 만만치 않다. 이미 ‘대체불가 미니밴’인 카니발 4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해 한 달여 만에 4만대 이상의 계약물량을 확보했다. 하반기 중으로 또 다른 볼륨 모델인 스포티지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여기에 상반기 디젤 단일 엔진만으로도 잘 팔렸던 쏘렌토도 7월부터 하이브리드 버전이 추가되며 날개를 달았다. 스팅어와 스토닉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큰 볼륨을 담당해주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상반기보다는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구도는 가뜩이나 압도적인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더욱 확대되고 중견 3사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6월까지만 해도 80% 초반이었던 완성차 시장 내 현대·기아차의 합산 점유율은 7월 이후 80%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나머지 10%가 조금 넘는 시장을 3사가 나눠먹는 구조다.


중견 3사의 점유율은 2016년만 해도 24.9%에 달했으나 2017년 21.9%, 2018년 18.9%, 지난해는 17.7%로 매년 하락세다.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이전 출시된 차종들은 개소세 감면율 축소에 따른 판매절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감면율 축소 이후에 출시되는 신차가 없다면 당분간 보릿고개를 견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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