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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화, 손익 논하기 일러”…온라인으로 무게 중심 옮긴 공연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9.09 00:00 수정 2020.09.08 15:29

ⓒEMK뮤지컬컴퍼니, 서울예술단 ⓒEMK뮤지컬컴퍼니, 서울예술단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주째 이어지자 다수의 공연장이 불가피하게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어렵게 오프라인 공연을 이어가던 공연계는 이 같은 이유로 다시 온라인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 공연 실황을 영상화하는 것은 물론, 아예 온라인에서 초연을 하는 작품도 늘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작인 국림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빨간 바지’는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초연했다. 당초 3월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 차례 미뤄졌고, 이번에 또 다시 취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온라인 스트리밍을 택했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연극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 초연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적용이 2주 연장되면서 대면 공연 대신 온라인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공연 제작사들과 함께 ‘K뮤지컬 온에어’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인기 창작 뮤지컬도 온라인으로 관람이 가능하게 됐다. 지난 달 31일부터 나흘간 네이버를 통해 뮤지컬 공연 실황을 매일 1편씩 총 4편을 공개하고 있다. 첫 주자로는 ‘팬레터’가 상영됐고, 9월 1일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2일은 ‘적벽’, 3일은 ‘더 픽션’을 상영한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공연 유료화는 사실상 실현이 어렵다”고 했던 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유료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추석 연휴인 오는 10월 3일과 4일 뮤지컬 ‘모차르트!’의 비대면 라이브 공연을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유료 상영한다.


EMK는 이번 라이브 공연의 티켓 가격을 3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김지원 EMK 부대표는 “전례가 없는 뮤지컬 유료 상영이기에 티켓 가격을 결정하기 힘들었다”며 “아이돌 콘서트가 대부분 3만5000원인 점을 감안해 가격을 매겼다”고 설명했다. 티켓을 구매하면 라이브 공연 관람뿐 아니라, 48시간 동안 VOD 재생도 가능하다. 공연 티켓과 AR포토, 포토북 등의 MD(기념 상품)를 묶은 세트(3만9000원, 4만7000원)로도 구매할 수 있다.


서울예술단도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를 네이버를 통해 유료 상영한다. 서울예술단은 지난 6월 22일 이 작품의 2015년 버전 영상을 스트리밍하면서 ‘감동후불제’라는 이름으로 부분 유료화를 시도한 바 있다. 무료 관람을 원칙으로 하되, 원하는 관객에 한해 자발적으로 ‘후원하기’ 기능을 통해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228명의 관객이 약 219만원을 후원, 1인당 평균후원금은 9600원 정도로 집계됐다.


이전부터 공연계에서는 꾸준히 영상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이번 코로나 사태가 공연 영상화 시도를 앞당기도록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서울예술단 김아형 과장은 “앞서 무료 상영회 등을 진행하면서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고, 대중들의 의식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은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연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 퀄리티가 있는 영상이라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유료 스트리밍 가격은 2만원으로 책정됐다. 서울 예술단은 “영상이라고 생각했을 때 영화는 8000원에서 1만2000원 사이, 가수들의 온라인 콘서트는 3만원에서 3만5000원 사이다. 이를 기준으로 이번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에 대해 2만원의 티켓 비용을 책정했다. 다만 인력이나 제작비, 공연의 크기에 따라 기준점은 다를 수밖에 없고 영상의 퀄리티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격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연 영상의 유료화 시장의 수익적 모델로 가능한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의 손익분기점을 따지기보다 지속 가능한 사업인지 여부에 대한 테스트를 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김아형 과장은 “향후 DVD 제작 등의 부가 사업을 준비하는 등 영상화가 지속 가능한 사업인지 테스트 하는 과정으로 봐 달라. 이제 겨우 기준을 만들어가는 중”이라면서도 “물론 기대치는 있다. 오프라인 공연 1회차에 들어오는 관람객수만큼의 티켓 판매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원 부대표 역시 “이번 라이브 공연이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지 예단하기 힘들다”면서 “크게 욕심내지 않고 국내에서 비대면 유료 공연의 첫발을 내딛는데 의미를 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유료 스트리밍를 추진하면서 고심한 부분이 있다. 바로 ‘돈을 주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부부이다. 서울예술단은 단체의 성격을 잘 알고, 작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기존 영상팀을 기본으로 추가적으로 영상과 음향 팀을 꾸리면서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또 공연이 취소된 기간 동안 공연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했다.


김아형 과장은 “이 산업이 여기서 끝날 게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나마 지원을 받는 국공립에서 시도해야 추후 업계가 영상 유료화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이번 시도에서 좋은 선례를 남겨서 다른 공연들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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