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 왜 자꾸 물어보냐'는 김종인, '어장관리' 들어갔다?
입력 2020.09.06 15:13
수정 2020.09.06 16:28
김종인, 내년 서울시장 후보서 안철수 제외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는 선거' 위한 '어장관리'
"안철수에 '선긋기' 아닌 '입당의 손짓' 보낸 것"
"100일 맞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데 왜 안철수씨에 대한 질문을 이렇게 많이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6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진의'를 둘러썬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안철수 대표에 정말 선을 그은 것이냐 하는 논란이다.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선 긋기'보다는 안 대표를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어장관리'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명실상부한 '제1야당' 수준으로 점차 회복하며 당 안정화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김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선거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 김종인의 '진짜 생각'…"국민의힘 후보가 이기는 선거"
김 위원장의 이러한 화법에는 두 가지 배경에 깔려 있다. 내년 재보궐 선에서 △국민의힘이 낸 후보가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안 전 대표는 이러한 점에서 현재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이다. 다만 당밖에 있다는 점이 국민의힘을 이끄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부담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을 후보로 선출했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시민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에게 패하면서 본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했다.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긴 했지만, 정작 '제1야당'인 민주당은 후보도 못 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를 통해 선거 승리를 이루되,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내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몇 번에 걸쳐 후보의 '입당'이나 '흡수'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특히 일반 관심 갖는 외부 인사에 대해 당에 얼마만큼 관심을 갖느냐. 이것은 완전한 별개 사안이다. 일단은 당 내부가 사랑을 받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외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우리는 제1야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장 후보를 하겠다는 분들이 과연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거기에서 후보가 되는 게 본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이 계시면 우리 당에 입당하거나..."
◆"김종인, 안철수에 '선 긋기' 아니라 '입당의 손짓'"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내년 선거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 결정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유독 후보 언급을 자제하는 이유 역시 마음 속에 염두해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조건인, 이기는 당내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것으로 정해졌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이 주호영 원내대표와 다르다는 것은 오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그동안 서울시장 및 대권주자 후보군에 백종원, 홍정욱 등 여러 외부인사를 언급해왔다. 안철수 대표가 외부인사여서 선을 긋는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오히려 안 전 대표를 향해 '입당'의 손짓을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