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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하고 폐점하고”…코로나가 바꾼 외식업계 지형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0.09.07 07:00 수정 2020.09.05 20:27

지속된 불황에 임대료 부담…메인 상권 벗어나 골목 상권 진출

배달 주문 매출의존도 증가 “특정 위치 고집하지 않아도 돼”

서울 중구 명동 시내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서울 중구 명동 시내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국내 핵심 상권을 벗어나 잇따라 폐점을 하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업체별 경쟁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운영 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주요 외식업체들은 대로변을 떠나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정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배달 전용 매장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효율화 작업에도 착수하고 있다.


7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뷔페 계절밥상 동대문점은 지난달 31일 폐점했다. 같은 달 18일 버거킹 홍대역점도 운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16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 중인 이랜드이츠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30여개 이르는 매장을 정리했다. 하반기 추가 폐점 여부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및 폐점과재계약 여부를 놓고 브랜드나 사업부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 중이다.


이랜드 그룹 관계자는 “고객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브랜드를 선별해 과감히 철수함과 동시에 기존 일부 브랜드 전략을 재편할 예정”이라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에게 더 집중하고, 상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해 건전한 사업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도 올 초 한식뷔페 올반, 시푸드 뷔페 보노보노 등을 철수했다. 뷔페와 같은 대형 외식 매장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햄버거나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상권의 유동인구는 코로나19 전후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데다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몰라 폐점을 결정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애슐리 매장ⓒ이랜드 그룹 애슐리 매장ⓒ이랜드 그룹

과거 외식업계에 있어 대학가 등 핵심 상권은 업체 매출을 가르는 주요 척도로 작용했다. 트렌드에 민감해 소비를 주도할 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일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큰 요소였다.


특히 핵심 상권 입지의 경우 1층 자리의 인기가 좋았다. 때문에 해당 자리가 빠지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앞다퉈 몰려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안정적인 수익이 나온다는 이유가 컸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여파로 상황은 반전됐다. 수달째 마이너스 매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가의 임대료가 발목을 잡으면서 핵심 상권 공략 전략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코로나 사태로 고가의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소규모 점포들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굵직한 대규모 점포도 이사를 하거나 폐점을 선택했다.


대신 외식업체들은 골목 상권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는 시내 중심의 메인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 상권에 집중하는 등 외형 확대에서 벗어나 수익 추구형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배달이 주 소비처로 자리 잡으면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운영할 필요성이 적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SNS를 통해 확산되는 빠른 유행 변화로 상권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이제는 더 이상 특정 위치에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 같은 경우 일찌감치 골목 상권을 겨냥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하철역 앞 대로변보다는 골목길 위주, 그 중에서도 2층 점포를 공략했다. 이에 따라 맘스터치는 2013년 386개였던 매장 수를 불과 8년 만에 1200여개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커진 데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업체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매장 운영 효율화를 위한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폐점을 하거나 이전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좋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인데, 현재로써는 매출이 전혀 나오질 않아 임대료를 아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외식업체는 배달에 집중을 하거나 HMR 개발 등에 집중하면서 체질개선을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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