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김태훈의 챕터투] 운동만 잘하면 돼? 학폭의 부메랑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0.08.29 07:00 수정 2020.08.29 10:48

NC 다이노스, 1차지명권 소멸 감수하며 김유성 포기

스포츠 선수에 대한 사회의 도덕적 잣대 매우 엄격해져

학교 운동부-KBO 등 제도 개선 놓고 깊은 논의 필요

김유성 ⓒ NC 다이노스 김유성 ⓒ NC 다이노스

KBO리그 NC 다이노스가 지난 27일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김유성(18·김해고)의 지명을 철회했다. 지명 후 사흘 만에 내린 결정이다.


두 달 전 김해고를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려놓고 우수 투수상을 수상한 김유성은 빼어난 신체조건(신장 189㎝·체중 95㎏)을 갖춘 걸출한 우완 정통파로 창창한 미래를 예고한 유망주다. 그러나 학창시절 잘못된 행동이 부메랑이 돼 날아와 첫 결실을 날려버렸다.


김유성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선수의 어머니는 지난 11일 NC 다이노스 구단 홈페이지에 “아들이 김유성에게 맞아 야구를 그만 뒀다”는 글을 게재했다. 김유성은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인해 창원지법에서 20시간의 심리 치료와 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김유성을 1차 지명한 NC 구단은 사실 파악에 나섰고,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1차 지명을 포기한 구단이 됐다.


매끄럽지 못했고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지만 NC 다이노스는 1차지명권 소멸까지 감수하고 김유성의 손을 놓았다. NC 다이노스의 의도를 떠나 실력이 뛰어나도 폭력을 저지르면 프로에서 뛸 수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나온 셈이다.


창원NC파크 ⓒ 뉴시스 창원NC파크 ⓒ 뉴시스

최근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도덕적 잣대는 높아졌다.


고액 연봉을 받는 만큼, 책임도 무거워졌다. 폭력이나 병역, 음주, 약물 복용 등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인성과 행실이 뒷받침되지 않고 운동만 잘한다면 ‘악마의 재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차 지명을 받고도 물러나는 것이 현실이다.


운동만 잘한다고 해서 고액 연봉과 팬들의 함성이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부와 명예는커녕 혹독한 질타를 듣고 무대에도 오르지 못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 주전 내야수까지 꿰찼던 강정호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로 복귀를 꾀했던 강정호는 “운동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이고 물러난 바 있다.


어찌됐든 NC 다이노스가 새로운 방향의 길은 열었다. 이제는 KBO 차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인 선수 인성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인성 검증을 위해 생활기록부 정보 확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KBO 차원에서 마련하길 바란다. 안우진의 히어로즈 입단 과정에서 불거졌던 시기에 제도적으로 정비가 됐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참회 후 돌아온다고 해도 프로선수 생활 내내 ‘학폭’의 꼬리표를 뗄 수 없다. 국가대표가 된다 해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 불명예다. 학교 운동부 시절부터 유망주들이 지닌 풍부한 잠재력을 건강한 환경에서 육성하고, 악마의 재능으로 박제되는 불상사가 없도록 제도 개선 등을 놓고 깊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