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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상거래 800건뿐, 시장불안이 불법거래 때문만은 아닌데”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0.08.28 07:00 수정 2020.08.27 20:34

고가주택 실거래조사 2만2800여건 중, 의심거래 800여건

“시장불안이 불법거래 때문이라고 낙인 찍어선 안돼”

부동산감독원 추진, 업무와 기능 충분히 논의해야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뉴시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뉴시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편법증여·집값 담합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부동산감독원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 2월 출범한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에서 조사한 이상거래가 800여건에 불과해 새 조직 신설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점, 자칫하면 현 시장불안의 원인이 불법거래 때문이라고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 실거래 조사 및 불법행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간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는 2만2800여건이다. 대응반은 이중 1705건의 이상거래에 대해 조사했고, 총 811건의 법령 위반 의심사례를 확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전국 모든 9억원 이상 주택 거래건수에서 이상거래를 뽑아낸 것이 1000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이것이 적은 숫자라는 것이 아니라, 1000여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니 부동산감독원까지 만들어 철저하게 감독하고 조사하자는 주장은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3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가 발표한 이상거래 대부분은 가족 등 편법증여가 458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증여 이상거래에 대한 해석여지 또한 다양해, 불법거래가 이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매도하는 사례 등을 모두 이상거래로 속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가격은 거래당사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며 “일괄적으로 잡아낼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친족간 거래가 불법으로 확인된다 해도 새 감독기구가 아닌 현재처럼 국세청에서 조사해도 충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잡아내는 것이 부동산 업무인지 의문”이라며 “부동산감독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기구의 업무와 기능에 대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9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명시하고 조사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2787만원이다. 정부가 9억원 이상 거래를 실수요자와 구분 없이 모두 투기로 보기엔 필요 이상의 단속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현 시장불안 원인을 불법거래와 투기꾼에만 맞추고 정책추진을 하는 것에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제가 있는 거래는 당연히 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부가 불법거래와 투기꾼에 큰 비중을 두고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우려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현재 부동산 시장 감독이 충분하지 않다면, 국토부와 국세청·금융감독원·경찰청등에 흩어져 있던 부동산 관련 업무 기능을 모아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새 기구는 졸속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정책방향과 업무기능을 정교하게 수립하고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업계의 충분한 논의를 먼저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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