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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픽] 하나의 그림으로 만나는 사군자의 ‘밤과 낮’, 이군우 작가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08.23 15:34 수정 2020.11.10 20:25

'월.죽 매화-20-18'의 낮과 밤 ⓒ '월.죽 매화-20-18'의 낮과 밤 ⓒ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고결한 정신을 담은 사군자. 군자의 덕목으로 여기며 인간이 가져야 할 높은 품격과 지조를 매화(梅花) · 난초(蘭草) · 국화(菊花) · 대나무(竹)를 통해 이어받아 왔다.


매난국죽 가운데 제일 앞선 매화는 얼어 있는 추위를 보내고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며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중국 문화의 유입으로 인해 원예 문화가 발달하면서 많은 문인 화가들은 아름다운 색채와 표현 방법들로 자연 풍경들을 화폭 안에 담아내기 시작했는데, 그중 매화는 가장 매력적 소재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의 작품 속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


밤에 본 '월.매화-20-06'(20호) ⓒ 밤에 본 '월.매화-20-06'(20호) ⓒ
낮에 본 '월.매화-20-06'(20호) ⓒ 낮에 본 '월.매화-20-06'(20호) ⓒ

이군우 작가 역시 매화를 통해 사대부 정신을 화폭 안에 담는다. ‘매화 작가’로 알려진 이군우 작가의 작품들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경남 밀양에서의 기억 속에서 시작됐다. 예술가들이 작품 소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주제는 본인 안에 담긴 무의식의 표출로서 작용하게 되는데, 이 작가에게 있어서 매화란 유년시절 속 따뜻함을 전해준 소재이며 지속해서 찾게 되는 향수다.

좀 더 확장해 보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역사가 존재한다. 이군우 작가는 매화를 통해 잊혀간 우리의 역사를 기리고, 새기는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또,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 아래 자연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매년 봄이 되면 매화를 찾아 전국을 다니면서 즉흥적 야외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작품 속 이미지에 부합하는 매화를 만날 때면 매화의 형태를 왜곡 없이 자연 본연의 모습대로 장지 그리고 화판에 담는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은 여러 번의 반복작업과 노동 시간의 결과를 통해 완성된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이군우 작가의 화폭은 진채화 기법을 통해 채색된 불투명하고 강렬한 색채가 포인트다.


낮에 본 '월.죽 매화-20-18'(20호) ⓒ 낮에 본 '월.죽 매화-20-18'(20호) ⓒ
밤에 본 '월.죽 매화-20-18'(20호) ⓒ이상 갤러리K 제공 밤에 본 '월.죽 매화-20-18'(20호) ⓒ이상 갤러리K 제공

이군우 작가는 화폭에 담아내는 철학적 의미에 대한 숙고와 더불어 새로운 재료에 관한 탐구, 작품의 보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만약 어둠 속에서도 그림이 보인다면 어떨까?’라는 착안에 이르렀고 야광 재료를 사용하게 됐다.


야광의 성질은 빛을 머금고 있다가 어둠이 드리웠을 때 빛을 분출한다. 야광의 유지 기간은 덧칠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랜 시간 빛을 볼 수 있도록 3~4번 덧칠을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어둠 속에서 빛이 나는 야광 재료의 특성상 불을 끈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는데 그 역시 엄청난 노고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덕분에 아름다운 매화를 낮과 밤, 시간대에 따라 다른 감성으로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이지만 전혀 다른 두 가지 그림을 소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한국화 기법과 반대로 이군우 작가의 작품 속 배경은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화풍은 매화라는 주제가 강조되고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전통의 동양적 기법 위에 서양의 재료가 올려지며 완성된 작품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미술 작품에 시각적 재미를 더함으로써 관람자에게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이근우 작가 ⓒ 이근우 작가 ⓒ

작가는 말한다. “똑같은 장미를 보고도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나의 철학을 담아낸 결과물은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각자 추억을 회상하고 마음으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를 바란다.”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아날로그 감성의 따뜻함, 나는 어디로 심상 여행을 떠나게 될지 이근우 작가의 화폭을 만나 보자.


이군우 작가/ 개인전 및 아트페어(초대, 기획) 34회, 전시 참여(세종호텔, 어우제미술관, 경북도청, 백송화랑,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및 기타), 프랑스 엑스국제미술살롱전, 요르단 시립미술관 아라비아전, 파리 가람아트미술전(프랑스), 동방의 등불 오늘의 한국미술전(영국), 케냐-한국 수교 40주년 기념전(케냐), 한국-미얀마 수교 30주년 기념전(미얀마), 계림시미술관 초대전(중국), 대한민국-가나 수교 30주년 기념 ‘현대 한국화의 비전’(가나), 부천-가와사키 미술교류전(일본), 신춘 13인 기획초대전 on 갤러리(중국), 5인의 신춘 초대기획전 동경서구갤러리(일본) 등 기획, 초대, 단체전 480여회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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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재희 갤러리K 큐레이터 wogml7358@naver.com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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