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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보험사 향하는 부동산대출 '풍선효과'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8.21 05:00 수정 2020.08.20 21:56

올해 빅3 생보사에서만 1.6조↑…지난해 연간 증가량의 8배

은행보다 높은 한도에 쏠림 가속…코로나 리스크 우려 가중

국내 3대 생명보험사 부동산담보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3대 생명보험사 부동산담보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빅3 생명보험사에서 나간 부동산담보대출이 올해만 1조6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3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증가량의 여덟 배에 달하는 규모로,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은행 대출을 강하게 옥죄자 아직 비교적 규제가 약한 보험업계로 관련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이다. 여기에 이자율까지 은행 못지않게 낮아지면서 보험사 대출을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과도한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3개 생보사가 보유한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총 36조989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1조6414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이들의 해당 대출금이 35조1380억원에서 35조3479억원으로 0.6%(2099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반 년 동안에만 지난해 전체 확대 폭의 8배 가까이를 채운 셈이다.


생보사별로 보면 정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곳들의 부동산대출이 일제히 몸집을 불린 모습이다. 우선 삼성생명의 부동산대출은 올해 상반기 말 22조1615억원으로 전년 말(21조2625억원) 대비 4.2%(899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역시 8조4140억원에서 9조614억원으로, 교보생명도 5조6714억원에서 5조7664억원으로 각각 7.7%(6474억원)와 1.7%(950억원)씩 부동산대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부동산대출이 꿈틀거리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 규제의 역풍이 자리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강제하자, 그 대안으로 보험사를 통한 대출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은 보험사 대출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연간 부채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보험사 대출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덕분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험사를 찾아가면 시중은행보다 더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에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에 예외 없이 DSR 40% 제한을 적용했다. 다만, 이는 은행 대출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보험사를 비롯한 비(非)은행 금융사 대출의 DSR 상한선은 올해까지 60%다.


이는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으면 은행보다 최대 1.5배까지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런 보험업계 DSR 규제 역시 조만간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강화된다는 소식은 고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대출에 대한 DSR 상한을 내년 50%, 2022년 40%로 조정할 예정이다.


이 와중 은행과의 이자율 차이가 크게 좁혀지면서 비용 부담이 축소된 측면도 보험사 대출에 이전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신규취급액 기준 3대 생보사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삼성생명 2.71% ▲한화생명 2.74% ▲교보생명 3.03% 등으로 낮아진 상태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2.60%)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깊어지자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유래 없는 0%대까지 낮춘 영향이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그 만큼 금융사 간 대출 이자율 격차도 좁아드는 모양새다. 한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문제는 이렇게 일부 부동산대출이 은행에서 보험사로 넘어가면서, 그에 따른 위험도 함께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은행에서 보험사로 대출을 갈아타는 사례는 보다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큰 만큼, 잠재된 리스크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실행되고 있는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더 많은 대출을 원하는 이들이 DSR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험사를 노크할 개연성이 높다"며 "코로나19로 차주들의 전반적인 경제적 여건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 리스크를 가중시킬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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