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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서진(西進)②] 5·18 묘역서 무릎 꿇은 金, 처음 아니지만 특별한 이유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입력 2020.08.20 00:10
수정 2020.08.20 05:08

4년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때도 무릎 꿇었지만

'보수 정당 대표'로서 사과했다는 무게감 남달라

"단순한 사건을 넘어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것을 두고 잔잔한 정치권 파장이 일고 있다.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서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5·18 묘역을 찾아 "광주 정신을 훼손한 정치인에 회초리를 못 들어 당 책임자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에 대해서도 재차 사과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번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5·18 묘역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1월에도 5·18 묘역에서 자신의 국보위 전력 등에 대해 사과를 한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제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며 5·18 묘역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지만, 지금과 같은 무게감이 실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는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때라, '보수정당의 대표'인 지금과는 의미가 달랐다는 해석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는 과거와 달리, 광주 시민들로부터 사실상 '가해자의 편'이라고 지목을 받아온 보수당이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통합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역사에서 보수 정당 대표가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처음"이라며 ""역사 앞에서 순수하게 사과를 했다고 본다. 이것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고 말했다.


당 안 팎 평가 긍정적…"만시지탄이지만 다행", "역시 김종인"
중도층 민심에도 영향 줄 듯…'공격 빌미 하나 없었다'


당내에서 나온 공식적인 평가도 긍정적이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故) 김영삼 대통령께서 ‘역사바로세우기’를 통해 계승하고자 했던 5·18 정신이 그동안 당의 몇몇 인사들에 의해 훼손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당을 대표하는 분이 현지로 내려가 공식 사과하고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우리당이 5·18 정신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 땅에 다시는 국가 권력이 국민을 짓밟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수진 의원도 "역시 김종인답다고 생각한다"며 "80이 넘은 노정객이 무릎을 꿇는데 백 마디 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라고 썼다.


조 의원은 유대인 게토 기주대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에 대해 언급하며 "잘못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국민 대통합의 씨앗이 된다"며 "역사와의 화해가시작됐다.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호남뿐 아니라 중도층의 민심을 끌어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치는 힘과 숫자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며 "5·18 유족 분들이 과거에 받은 상처에 작은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과 보수 우파는 5·18 문제를 극복해야 미래가 있다. 언제까지 과거의 정체성과 이념, 지역 이런 것으로 나눠서 싸우며 공격을 당할 것이냐"며 "앞으로는 적어도 5·18과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집단이라는 공격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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