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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IBM 차세대 서버용 CPU 위탁생산...이재용 비전 통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8.17 18:08
수정 2020.08.17 18:13

파운드리 경쟁력 입증...업계 1위 TSMC 추격 본격화

JY 수주에 결정적 역할...비전 2030 달성 본격 시동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IBM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탁 생산하게 됐다. 회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업계 1위 타이완 TSMC 추격에 속도를 붙이게 됐다.


또 이번 수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해 4월 자신이 직접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본격 시동을 걸게 됐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IBM은 이 날 뉴스룸을 통해 차세대 서버용 CPU '파워 10'(POWER10)을 공개했다. 파워 10은 기존 파워 9 대비 동일 전력에서 성능이 최대 3배까지 향상된 것이 특징으로 기업용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에 적용된다.


특히 파워 10은 IBM 최초로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적용한 제품으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출하돼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IBM은 이날 파워 10 공개와 함께 이 제품을 삼성전자의 7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IBM이 자사의 CPU 제품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한다는 것으로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은 타이완 TSMC와 치열한 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TSMC에 크게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8.8%로 1위 TSMC(51.5%)에 격차가 큰 2위다.


미국 뉴욕의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IBM 빌딩에 IBM 로고가 보이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IBM이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아니라 삼성전자와 손을 잡기로 한 것은 그만큼 삼성의 기술력이 입증된 것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삼성전자로서는 업계 1위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IBM과 같은 대형 거래선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파운드리 경쟁력 향상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초미세공정 기술력은 선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뒤처진 시장점유율을 따라잡아야 하는 현실에서 향후 고객 수주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전 세계 C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미국의 인텔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근 인텔이 CPU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삼성전자와 TSMC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6조원대 투자 계획을 승인하는 등 독주 체제를 굳힌다는 계획이어서 삼성도 추격을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성과...2030년 1위 달성 속도 내나


이번 IBM의 위탁생산 수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IBM은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7나노 테스트 칩을 구현하는 등 10년 이상 공정 기술 분야 협력을 지속해 왔다.


이 부회장도 지난 2016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선밸리 컨퍼런스'에서 지니 로메티 당시 IBM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5세대이동통신(5G)과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등 미래기술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친밀한 관계를 보였다.


지니 로메티는 올 초 CEO에서 퇴임한 뒤 현재 IBM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활동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펴보기에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 4월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이를위해 관련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총 133조원(R&D 73조원·시설 60조원)을 투자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약 1만5000명을 채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33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 연말까지 약 2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이 부회장의 ‘청사진’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7나노 미세공정 분야에서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화성사업장을 찾아 극자외선(EUV·ExtremeUltraViolet) 생산라인을 직접 살펴보는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중요히 여겨왔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반도체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개발 로드맵, 공정기술 중장기 전략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총수의 이러한 높은 관심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한 뒤 미세 공정 기술 리더십을 주도하고 있다.


또 지난 13일에는 업계 최초로 7나노 기반 시스템 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지 기술을 적용한 테스트 칩 생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비전 2030을 통해 밝힌 포부대로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날로 향상될 것"이라며 "메모리에 이은 비메모리 1위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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