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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청춘, 흔들려도 괜찮아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부수정 기자
입력 2020.08.14 16:09 수정 2020.08.14 16:09

'부부의 세계' 이학주 주연…심요한 감독 연출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리틀빅픽쳐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쌓느라 바쁘다. 좁은 취업난을 뚫으려면 나만의 경쟁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도 뚜렷하지 않다. 일단 취업이 먼저다.


영화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꿈도 졸업도 미룬 채 대학교 5년이 된 흔들리는 청춘 준근(이학주 분)을 내세운다. 계절학기 신청 '클릭전쟁'에도 실패하고 기숙사에서도 쫓겨난 준근.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자 얼떨결에 서핑 게스트하우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어느 날, 바닷가에서 만난 금수저 서퍼 성민(김범진 분)과 시비가 붙은 준근은 홧김에 양양 바다를 걸고 서핑 배틀을 벌이기로 한다. 서핑이라곤 1도 모르는 준근을 위해 게스트하우스 베테랑 서퍼 3인방이 나서지만 준근의 몸은 보드 위에서 일어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PC방, 카페, 공사장 막노동 등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로 열정 하나만큼은 1등인 준근. 과연 서핑 배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청춘은 독립 영화의 단골 소재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청춘과 겨울 서핑을 소재로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준근은 뭐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청춘을 상징한다. 졸업도, 취업도 힘든 그에게 앞날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서핑은 즐거움과 동시에 목표를 안겨준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오로지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던 그는 서핑이 주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닫게 된다.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에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주어진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리틀빅픽쳐스

서핑은 준근과 같은 요즘 청춘의 상황을 보여준다. 파도를 거슬러 패들링을 해 바다로 나가 중심을 잡고 일어난 뒤 파도를 타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패들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고 서프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 일어나기는 초보자가 하기 어렵다. 베테랑처럼 멋지게 파도에 몸을 맡기는 건 못 이룰 꿈만 같다. 그래도 준근은 포기하지 않는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기훈(김주헌 분)은 서핑을 배우다 헤매는 준근에게 "해변에서 만만하게 본 파도도 말려봐야 아는 법이지"라고 말한다. 인생도, 파도도 겪어봐야 깨닫는 것이라고 영화는 애기한다.


영화는 준근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하거나, 서핑 대결에서 어필하는 모습 등을 만화적인 연출력으로 보여줘 깨알 웃음을 챙긴다. 아울러 영화 곳곳에 서핑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넣어 서핑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드러냈다.


전작 '부부의 세계'에서 소름 끼치는 모습을 선보인 이학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아 발군의 연기력을 뽐낸다. 불안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청춘의 단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지질하면서도 패기 있는 모습도 잘 어울린다.


심요한 감독이 연출했다. 심 감독은 "서른 살에 서핑에 입문했는데 어딜 가나 내가 막내였고, 30대 밑으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대 서퍼는 왜 없을까' 궁금했는데,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스펙을 쌓느라 여력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춘'과 '서핑'이라는 소재를 엮게 됐다"고 밝혔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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