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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②]롱디 "서태지와 작업, 음악하길 잘했다 느낀 순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08.14 10:19 수정 2020.08.14 10:20

롱디ⓒ 롱디ⓒ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롱디(한민세)는 2015년 싱글 '따뜻해줘'로 데뷔한 가수이자 프로듀서다. 롱디의 음악은 호평을 받았고 , ‘음악 맛집’ 가수 겸 프로듀서로 입소문이 났다. 그 결과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앨범을 비롯해, 주니엘, 박혜경, 치타, 신현희와김루트, 위키미키 도연, 온앤오프 엠케이(MK) 등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을 했다.


롱디의 음악 인생은 남달랐다. 프로 음악인을 목표로 어릴 적부터 음악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스물 다섯 살, 인생을 되돌아보니 취미 하나 없는 자신을 위해 음악을 시작했고, 조금 늦은 나이었지만 음악은 롱디의 언어가 됐다.


"군 제대 후 가고 싶은 회사 인턴에 떨어지고 보니, 제가 취미 생활 하나 없더라고요. 남은 시간은 해보고 싶은걸 해보자 싶어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만든 곡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제 노래를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에 넣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그뿐 아니었다. 가수 박혜경이 롱디의 음악을 듣고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롱디는, 2017년 박혜경과 콜라보레이션한 곡 '너드 걸'(NERD GIRL)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 말했다.


"박혜경 선배님 개인번호로 연락이 왔죠. 그때 '나 박혜경인데, 내 곡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하신 후, 바로 택시 타고 제 작업실로 오셨죠. 작업한 곡을 들려드렸는데, 마음에 든 곡이 하필 제 이름으로 내고 싶었던 곡이었어요. 그래서 저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곡을 드리겠다고 했죠. 그 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작곡을 해봤어요."


민트페이퍼와 박혜경의 연락이 롱디의 음악인생에서 '기회의 순간'이었다면, 서태지의 25주년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리메이크 앨범에 참여한 일은 '희열의 순간'이었다. 윤하가 부른 '테이크 파이브'를 롱디는 함께 작업했다. 가요계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고, 90년대 대중문화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서태지와의 작업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요계에 큰 획을 그은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기분 좋았죠. 서태지 선배님이 이메일로 직접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칭찬 많이 해주셨어요. 그 때 스스로에게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고 음악하길 잘했단 생각을 했었죠."


현재 롱디는 낮에는 음악과 관련 없는 회사에 다니고, 저녁에는 곡을 쓰고 있다. 쉽지 않은 생활이지만, 두 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는 않다. 음악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시간과 체력을 분배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018년 소속사를 나오면서 회의감이 들어 음악을 하기 싫었어요. 하반기부터 곡 의뢰를 받지 않았고, 음악과 상관없는 일을 찾았죠.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지금은 다시 의뢰도 받고, 앨범 발매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갈증을 다시 확인한 롱디는 지난 5월 온앤오프 엠케이와 작업한 ‘스마일’(Smile)를 발표했다. 롱디가 엠케이 목소리를 듣고, 엠케이만을 위한 노래를 써서 회사에 보낸 후 일이 진행됐다. 녹음 당시 온앤오프가 엠넷 ‘로드 투 킹덤’에 출연하고 있었다. 롱디는 기분 좋은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엠케이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그 친구 만을 위한 노래를 써서 회사에 보냈고 일이 잘 진행됐어요. 녹음하고 있을 때 온앤오프고 '로드 투 킹덤'에 녹화를 하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온앤오프의 매력을 안 것 같아 기뻐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를 겸하는 이들이 음악을 다룰 때는 분리가 필요했다. 음악이 주는 이야기를 중시하는 롱디는 아티스트일땐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프로듀서로서는 가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제 음악을 할 때는 무슨 이야기 할지를 먼저 생각해요. 그것이 가사나 주제의식일 수도 있고요. 프로듀서인 저에게 노래는 언어거든요. 그래서 이 언어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곡을 의뢰 받을 땐 아티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듣는 걸 우선시 합니다. '아무거나 써주세요'라고 곡 의뢰가 들어오면 저나, 아티스트나 서로 만족을 못하더라고요. 의뢰를 받으면 10분이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출신인 롱디는 2018년 엠넷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브레인으로서 활약했다. 하지만 방송용 재미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출연했죠. 제 나름대로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저는 그냥 일반인이었어요. 방송용 리액션이 있더라고요. 문제도 제일 많이 맞췄는데 그냥 열심히만 풀어서인지 방송에는 많이 안 나왔어요.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전 재능이 없다는 것만 깨닫고 왔습니다.”


롱디는 아이돌 그룹 엑소와 꼭 한 번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엑소를 볼 때마다 프로듀서로 짜릿함을 느낀 것이다.


"엑소 음악을 들을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놀라는 포인트들도 많고요. 엑소는 일반적인 문법으로 노래하지 않아요. 무대에서 표현하는 멤버들의 능력도 뛰어나고요. 저는 멋있는 사람으로 살아온 기억이 없는데, 엑소를 보며 대리만족을 할 때가 있어요.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롱디는 프로듀서로서 음악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또 하나 갖춰야 할 자질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음악에 대한 고집을 때와 장소, 사람에 맞게 꺾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생활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결국 음악 이전에 사회생활도 중요한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음악만 고집하다보면 고충이 많을 수도 있어요. 그걸 미리 인지하셨으면 좋겠어요."


롱디는 앞으로도 '롱디 스타일'의 음악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음악에 매진할 예정이다. 음악에 색을 입힌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힘든 만큼 보람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 감성을 원하는 의뢰를 받고 싶어요. 색깔이 있다는 건 참 기분이 좋아요. 다작하고 차트에 올리는 것보다 '이럴 때 듣고 싶은 음악은 롱디 음악'이란 말을 듣는게 제겐 더 가치있는 것 같아요."


롱디는 올해 안에 자신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음악만 할 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음악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앨범을 자주 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회사 생활을 해보니 음악을 할 때와는 다른 결의 분노와 스트레스가 많아졌어요. 이 분노를 어떻게 노래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대중성에 멀어질 수 있지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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