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라지는 공채…시중은행, 하반기 수시채용 확대
입력 2020.08.14 06:00
수정 2020.08.13 14:56
고사장 확보 어렵고 집단감염 우려로 하반기 공채 일정 불투명
신한·하나 디지털 등 특정분야 수시채용 진행중…타 은행도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직 하반기 공개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시중은행들이 수시채용을 확대해 하반기 채용에 나선다. 지난 2018년 6월에 제정된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필기시험이 의무화됐지만 코로나19로 고사장 확보가 어려운데다 자칫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아직 하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 방식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들은 8월 일정이나 규모 등을 확정짓고 9월 중 하반기 공채를 실시해왔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은 상반기 공채도 실시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NH농협은행만 신입 사원 채용(280명)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위주 채용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하반기 신규 채용보다는 수시 채용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하반기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해외채권 리서치, 산업 리서치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원곡동외환센터 러시아어 원어민창구 기능인력, 사용자경험(UX) 기획 및 사용자화면(UI) 디자인 경력직을 뽑고 있다.
하나은행도 빅데이터 분석, 글로벌전략, 미래금융 검사업무, 기술평가 등 특정 분야에서 전문인력 수시채용을 실시 중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공채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연중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타 경쟁은행들도 수시채용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수시채용의 경우 공채와는 달리 역량평가나 면접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지난 4월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와 기업금융 분야에 대해 수시채용을 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질문에 답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역량평가와 실무자 화상면접을 실시했다. 디지털·ICT 분야는 온라인 코딩능력 테스트를 추가했다.
반면 공채는 필기시험을 치러야 한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를 계기로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제정되면서 필기시험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학교 등 필기시험을 치러야 할 고사장 확보가 어려워졌고 고사장을 확보하더라도 집단감염 우려 등으로 선뜻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수시채용처럼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룰 경우 부정행위 발생 등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채의 경우 필기시험이 문제”라며 “학교 등 시험장을 섭외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쉽지 않고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집단 감염의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치룰 경우 부정행위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비대면 전형으로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 같은 부분이 해소되어야 하반기 공채에 나설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하반기 공채를 실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수시채용을 확대해 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