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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라도 위기엔 달러뿐”…5대 은행 7월에만 3조 뭉칫돈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입력 2020.08.03 06:00 수정 2020.08.02 16:38

코로나19·미국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에 달러 약세 지속

당장의 손실보다는 위기 대비 심리↑…달러 수요 급증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상품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상품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화 예금 상품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상품에 7월 한달 동안 3조원 가까이 되는 자금이 몰렸다. 달러 약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7월 29일 기준) 달러화 예금 잔액은 457억6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55억3100만 달러)과 비교하면 4.4%(20억3300만 달러) 증가한 수치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에만 2조4184억원규모의 자금이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에 몰린 셈이다.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월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말 368억2200만 달러였던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3월 433억7400만 달러로 늘었고 4월에는 442억2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올해 초 1150원때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해 3월19일 1285원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이후 하향 곡선을 보인 뒤 1210~1240원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최근에는 달러당 119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의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달러를 약세로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연율(연간으로 환산한 비율) -32.9%로 73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우편 투표로 치르면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기 가능성을 열어뒀고 재정 부양책과 관련해 양당이 합의를 찾지 못하면서 정치적 불확설성도 커진 상황이다.


환차손 우려에도 은행들의 달러예금 잔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의 평가 손익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달러를 비축해놓으려는 것이다.


또한 초저금리 시대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달러예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6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845억3000만 달러로 전달인 5월 말(809억2000만 달러)보다 36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12년 6월 거주자 외화예금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달러화예금은 734억6000만 달러로 전월과 비교해 35억4000만 달러나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달러를 보유하려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초저금리 시대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는 점도 달러예금 증가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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