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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의 핀셋] 코로나 백신, 속도 중요하지만 졸속개발은 안 돼

이은정 기자
입력 2020.08.13 07:00 수정 2020.08.12 20:59

러시아, 1차 임상시험 뒤 승인… 성급한 접종 우려

임상 3상 거치지 않고 2상 데이터 공개하지 않아 논란

아픈 사람에게 주입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맞히는 것인 만큼 안전성 문제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자료사진) ⓒ셀트리온아픈 사람에게 주입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맞히는 것인 만큼 안전성 문제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자료사진) ⓒ셀트리온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된 이 백신은 빠르면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1순위인 의료진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판된다고 한다.


인공위성 발사 당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것처럼 러시아가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 전쟁에서 최초로 승리했다는 자부심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 V는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해온 백신으로 알려졌다.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 투자를 받아 백신 개발을 추진했고, 지난달 중순 임상 1상을 끝냈다. 이후 임상 2상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세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당국은 백신 등록 이후 곧바로 임상 3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러시아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자신있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서는 러시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회의론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주요 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백신 등록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백신에 대한 사전 자격 심사 절차를 논의 중"이라며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도 "러시아가 사전 검사를 거치지 않고 접종 가능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선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두 딸 중 한명에게도 맞혔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접종 후 (딸의)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으나 이튿날 37도 정도로 떨어졌으며, 2차 접종 이후에도 체온이 조금 올라갔지만 곧 내렸다”며 “지금은 몸 상태가 좋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백신 개발 성공에 가까워지자 러시아가 백신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백신 첫 개발국이 패권을 잡을 수 있다 보니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게 지상 목표처럼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무리하게 인체에 투여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과거 뎅기열 백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백신의 경우 ‘항체 의존적 감염 촉진(ADE)’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백신을 맞은 뒤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오히려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아픈 사람에게 주입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맞히는 것인 만큼 안전성 문제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글로벌 백신 개발 전쟁에서 1등이 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백신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광기 어린 속도 경쟁보다는 안전성과 품질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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