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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집방’ 시대②] ‘영끌 대출’ 하는데…비현실적인 ‘연예인 집’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8.13 08:00 수정 2020.08.14 10:02

'나혼자산다'·'편스토랑' 등 유명인 집 공개

화제성 쏠쏠…"부럽다" 반응 쏟아져

'나혼자산다' 유아인편 방송캡처 '나혼자산다' 유아인편 방송캡처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개인의 꿈을 이루고 가족을 완성하는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집은 어느 순간부터는 '부'의 척도가 됐다. 어릴 때부터 "넌 어느 동네, 무슨 브랜드 아파트 사니?"라는 말을 들어야 하고, 사는 동네에 따라 잘 사는 애, 못 사는 애로 나뉜다.


어른들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부르짖고,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꿈이 임대업자, 건물주라는 말도 나온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월 전국 만 25~3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밀레니얼 세대, 신(新)투자인류의 출현 보고서에서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은 71%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자가 거주자는 34%에 불과했다. 최우선 재무 목표가 무엇이냐'(복수 응답)는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61%)가 꼽은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갈수록 천정부지로 뛰는 서울 집값에 쏠려 있다. 4일 김상훈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용 3.3㎡ 당 평균 시세는 2017년 5월 1731만원에서 2020년 7월 2678만원으로 뛰었다. 947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54.7%가 상승한 셈이다. 시세는 실거래사례 분석, 협력공인중개사의 자문, 기타 참고자료 활용 등을 통해 한국감정원이 직접 산정한 가격이다.


25개 자치구의 아파트값이 모두 상승했으며, 전용 3.3㎡당 2000만원이 넘는 자치구는 17개로 집계됐다. 전용 3.3㎡당 평균 시세가 가장 많은 금액이 오른 자치구는 강남구다. 2017년 5월 3271만원에서 2020년 7월 4999만원으로 1728만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2692만원에서 4217만원, 1525만원이나 상승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새로 짜고 내놓는 일을 반복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치솟는다. 젊은 층에서는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영끌 대출'을 '내 집 마련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30대 한 남성 직장인은 "여자친구랑 결혼을 앞뒀는데 서울 아파트가 너무 비싸서 시기를 보고 있다. 그렇다고 경기도로 눈을 돌리기는 싫다. 한 번 경기도로 빠지면 다신 서울에 진입하지 못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영끌 대출'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40대 한 맞벌이 부부는 "전세로 살고 있는데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면서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브랜드 아파트는 다 10억이 훌쩍 넘기 때문에 '영끌 대출'을 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는 일단 사면 오르기 때문에 무조건 사야 한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방송에 나온 연예인들의 화려한 집이 화제가 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편스토랑' 전혜빈 편 방송캡처 '편스토랑' 전혜빈 편 방송캡처


연예인들의 집이 공개되는 리얼리티 예능은 '집' 하나로 이목을 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들이 집을 공개할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한다. 최근에 관심을 끈 '유아인 집'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유아인 집의 가격과 인테리어, 위치 등을 쓴 글이 여럿 보인다.


편의점 간편식을 선보이는 콘셉트의 KBS2 '편스토랑'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이 소문난 미식가들이 나오는 설정이라 집 공개는 필수다. 이정현, 전혜빈, 이유리 등 여성 연예인들의 집이 유독 관심을 받았다.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와 가구 등도 덩달아 화제를 모으며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팍팍한 현실을 견디며 '영끌 대출'을 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예능 속 연예인의 집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집콕'인 시청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다시 한 번 둘러보며 집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이런 심리를 활용해 연예인의 화려한 집을 강조해 보여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편스토랑’은 편의점 콘셉트를 소재로 했지만 화제성을 위해 연예인의 집 보여주기를 부각해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너무 비현실적인 집이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MBC '구해줘!홈즈'의 임경식 PD는 "사람들이 집을 학교나 직장에 갔다가 잠깐 들르는 곳처럼 여기다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의 인테리어나 구조 등 세심한 부분까지 고민하는 것 같다"며 "집을 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해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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