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통합당, 섬진강 일대 방문…'수해 원인이 뭐냐' 논란 예상
입력 2020.08.11 00:05
수정 2020.08.11 01:35
미증유의 수해 겪은 전남 구례·경남 하동 찾아
구례군수 "주민들, 섬진강댐 방류로 피해 생각"
하동군수 "하상 높아졌는데 강바닥 준설 안해"
섬진강 수계의 전남 곡성·구례와 경남 하동이 이번 집중호우로 미증유의 수해를 입었다. 당장은 피해 복구가 우선이지만, 수습이 되고나면 피해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원인을 놓고 정치권에서의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이종배 정책위의장·김은혜 대변인·김선동 사무총장 등은 10일 오후 침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 5일장과 경남 하동 화개장터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해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보였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주민들은 섬진강댐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많은 물을 방류하면서 피해가 난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 동부권이 평소 물이 부족하다보니 섬진강댐이 물을 많이 가둬놓으려는 생각에서 비가 온다고 해도 미리 방류를 하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섬진강이 하상(河床·강바닥)이 높아져 강 안에 섬(하중도)이 생길 정도였다"라며 "군수가 되고난 뒤 꾸준하게 강을 준설해달라, 강바닥을 파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중앙부처에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을 한 곳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는데, 섬진강은 (사업에서) 제외가 됐었다"라며 "섬진강 하상 정리를 하지 않으면 범람은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번에 비가 워낙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40년 전에 한 차례 발목까지 잠겼던 게 전부인 구례 5일장이 지붕 처마까지 완전 침수되거나, 55년 만의 최대 수해라 불리는 하동 화개장터의 피해는 자연현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피해가 이토록 확대된 원인을 놓고 △섬진강댐 수문 개방 및 방류 문제 △섬진강 하상 준설 소홀 문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후 산림 복원 허술로 인한 산사태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모두 현 정권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사안들이다.
집중호우가 내리는데도 섬진강댐이 방류 시기를 놓쳐 수문을 뒤늦게 완전 개방하는 바람에 호우와 방류된 물이 하류를 휩쓴 것이라면, 현 정권 들어서 제방 등 공간 관리만 국토교통부에 남겨놓고, 수량 및 수질 관리는 환경부로 넘긴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와서 강의 일부를 환경부가 관리하는 형편이 되지 않았느냐"라며 "환경부가 하천 (수량) 관리는 전문성이 별로 없어 (하류 지역의 홍수 피해 가능성에) 소홀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하천 관리는 국토부, 수질과 상수도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환경부로 넘어갔다"며 "댐 방류는 수자원공사에서 맡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환경부로 간 게 맞기 때문에, 댐 관리를 잘못해서 늦게 방류했는지를 알아봐야겠다"고 부연했다.
댐 방류가 원인?…하천관리 이원화 정권책임론
준설 소홀?…4대강사업 적폐몰이하다 범람 자초
태양광 산사태?…탈원전 드라이브 책임 못 면해
하상이 높아지고 하중도(河中島)가 생기는데도 준설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다가 범람했다면 현 정권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 세력은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난하며, 강바닥 파내는 준설을 마치 적폐인양 금기시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미리미리 대비를 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것을 못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 정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 수계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생겼다"라며 "피해 원인은 윤상기 군수가 말한대로 토사로 인해 하상이 높아져서 준설을 빨리 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않아 물그릇이 작아져서 곳곳의 둑이 다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배 의장도 "하상 정리를 평상시에 하지 않아 넘쳤다고 하는데 그것도 원인"이라며 "일시에 많은 비가 내린 것을 하천이 담아내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산자락에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산림의 복구를 게을리 해 드러난 토사가 폭우를 타고 산사태를 일으키는 등 피해를 키운 것이라면, 탈원전과 함께 마구잡이식 태양광 발전 확대를 밀어붙인 현 정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국 1000여 곳에서 산사태가 났다"라며 "제보를 보면 태양광을 하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고 복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곳에서 토사가 유출돼서 수해 피해가 극심해졌다는 제보가 많다"고 주의를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