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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속빈 강정”…온택트, 왜 가요계 살릴 대안 못 되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10 06:00 수정 2020.08.09 18:44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곳곳이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면서 피해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가요계는 여전히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는 꾸준히 ‘온택트’ 공연을 제시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선 “속빈 강정”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대중음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수치로 나타난 것만 봐도 피해규모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 등이 가입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47개 회원사가 지난 5∼6월 개최하기로 한 행사 중 10건이 연기 또는 취소돼 약 6억 800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지난달 1일 밝혔다.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도 같은 기간 공연 45건이 연기·취소되면서 손해액이 약 1억 200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대중음악 전체를 두고 보면 전국적으로 지난 두 달 간 총 67건의 공연 연기·취소되면서 약 268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올해 2∼4월에도 행사 중 73개가 연기·취소돼 약 62억 7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회원사에 한한 조사결과로, 이 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기획사나 유통사가 입은 피해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장 앨범 발매는 가능하지만, 실질적 수입이 되는 콘서트가 막히다 보니 가요계는 도산 위기를 막기 위해 다른 수입원을 찾아 나섰다. 바로 온택트 공연이다. 사실 이는 정부에서 꾸준히 제안하는 ‘겉으로만 그럴 듯한’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한 아이돌 소속 기획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정부에서는 가요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계속해서 온택트 공연을 제안하고 있다. 대중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방법은 온택트 뿐이라는 건 알지만 사실상 수익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이조차도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대형 기획사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사들은 아무리 온택트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티켓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티켓이 판매된다고 해도 운영비를 충당하기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기획사의 아이돌 가수는 최근 온택트 공연을 열고 전 세계 팬들을 만났다. 국내에서는 최근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음악적으로도 인정받은 가수다. 해외 팬덤의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콘서트 시작 전까지도 티켓이 팔리지 않아 관계자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티켓이 한정되어 있는 오프라인 콘서트와 달리 언제든, 얼마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예매하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동남아권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들은 굳이 ‘온라인’으로 만나는 것에 돈을 투자하지 않는 성향도 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진행된 ‘드림콘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드림콘서트’ 역시 온라인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이 콘서트에는 엑소 세훈&찬열, 레드벨벳, 오마이걸, 아스트로, 있지 등 국내 내로라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총출동했고, SBS도 개입됐지만 사실상 화제성과 수익성 모두 실패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콘서트에 출연한 한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어차피 공연 이후 영상이 떠돌 텐데 굳이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공연은 현장감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닌, 내 가수의 무대를 현장에서 보고 응원하는 것이 아이돌 팬덤의 공통적인 성질이다. 한 가수(그룹)당 보통 길어야 2~3곡을 선보이는 콘서트 전체를 보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고 콘서트 실패의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가요계에 랜선공연이 수익모델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온택트 공연을 권장하고 관련 지원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결코 가요계의 코로나19 피해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피해를 입어 많은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는데 당장 온택트 공연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온택트 공연은 극히 일부를 위한 대안이지 가요계 전체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진짜 필요한 지원을 고민해봐야 한다. 차라리 회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음원 제작이나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을 지원해주는 편이 현실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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