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중에…통일부, 120억 대북지원 승인
입력 2020.08.07 05:00
수정 2020.08.06 23:08
교추협 의결로 WFP 120억 지원
영양지원사업·취로사업 지원 예정
다음주 송금…내년초 지원품 최종 전달 전망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가 120억원 상당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최종 승인했다.
통일부가 경색된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대북 인도지원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대북지원에 나선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는 6일 제31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회의를 열고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천만 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지원금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에서 출연키로 했다.
지원금이 투입되는 분야는 △영유아 및 임산부·수유부 대상 영양지원사업 △취로사업을 통한 식량지원 사업 등 크게 두 가지다. 취로사업은 올해 처음 지원을 결정한 분야로 지역사회 재해·재난 예방을 위해 마을 제방이나 둑 등을 보수하는 사업을 뜻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영양지원 사업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시리얼 혼합가루나 영양 비스킷 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WFP가 북한 내에 운영하는 11개 공장으로 원료를 전달하면 제품을 생산해서 배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어 취로사업을 '공공근로사업'에 비유하며, 사업 참여자가 제방 건설 등에 노동력을 제공하면 그 대가로 옥수수·콩·식용유 등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취로사업 추진 배경과 관련해 "북한 자체의 복원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인도협력을 이어가려면 이러한 형태의 지원도 늘려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대북지원 '속도전' 우려에 선 그어
"인도협력, 정치‧군사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통일부는 이번 지원이 지난 3월부터 WFP와 협의해온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임기 내 성과를 거두기 위해 대북지원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 3일 만에 대북 방역지원 물품에 대한 반출 승인을 내린 바 있다. 이날 결정된 WFP 지원 사업은 취임 10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보류시킨 대남 군사행동마저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지원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이행할 것"이라며 "원칙을 말로만 밝히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확고한 원칙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20억, 다음주께 WFP로 송금 예정
모니터링 우려에…"국제기구, 시스템 갖춰"
통일부가 WFP에 지원키로 한 120억원은 다음주께 WFP로 송금될 예정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WFP가 송금받게 되면 자체 국제 조달절차에 따라 필요한 식품과 물자 등을 구매한 뒤 북한까지 수송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이 과정이 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 정도가 되면 우리가 공여금으로 구매한 물자가 북한에 전달돼 이후 북한 공장에서 생산하면 내년 초부터 수혜자에게 전달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분배투명성' 확보 문제와 관련해선 "WFP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no access no assistance(접근 없는 지원은 없다)' 원칙을 유지해왔다"며 "WFP 평양 상주 사무소에 근무하는 국제 직원이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공여국인 한국 정부에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물품이 실제 북한 주민에게 잘 전달되는지를 확인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DMZ(비무장지대) 평화통일문화공간 조성사업'에 28억9200만원을 지원하는 안에 대해서도 심의·의결했다. 남북출입사무소·철거 초소(GP) 등을 활용해 남북 문화교류 공간을 만드는 사업으로 3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