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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넌 윤석열, 다음 행동이 주목된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0.08.06 09:30 수정 2020.08.06 09:19

옷 벗는 건 시간문제, 자의 사퇴냐 타의 축출이냐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 발언은 청와대 직접 겨냥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2020년도 신년다짐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검찰총장 윤석열이 행동에 나섰다.


법무부장관 추미애를 필두(筆頭)로 집권당 충성파들이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린 그를 몰아내려고 파상 공세 추태를 부리고, 법무검찰개혁위원회라는 곳에서 검찰총장을 수사 지휘에서는 손 떼게 하면서 검찰 살림이나 맡도록 ‘검찰청 총무부장’ 정도로 격하시키는, 오직 윤석열 식물화(植物化)를 위한 어처구니없는 일회성 위인설관(爲人設官) 개혁안을 내고, 검찰총장 지휘 하에 있는 조직인 서울중앙지검이 대통령 대학 후배에 의해 장악돼 노골적으로 총장에 항명하는 수사를 하거나 수사를 거부하는 사태 속에서 그는 와신상담(臥薪嘗膽)해 왔다.


그는 이 ‘섶에 눕고 쓸개를 씹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 훈시(訓示)를 통해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출사표란 원래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촉한(蜀漢)의 제1대 황제 유비(劉備)의 유언을 받들어 위(魏)나라를 토벌하러 떠날 때 임금, 즉 촉한의 제2대 황제 유선(劉禪)에게 올린 글을 말하지만, 윤석열의 출사표는 부하 검사들과 국민 앞에 바친 글이다. 그 국민은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뿐 아니라 정권 옹호자들과 운영자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청와대에 내건 정면승부 장(壯)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이 훈시 중에 우리 눈을 크게 뜨게 한 대목은 이것이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대의제와 다수결 원리에 따라 법이 제정되지만 일단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해야 합니다.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그는 이 훈시 자리를 이용해 이제 막 검사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현 집권 세력의)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을 강조했고, ‘(집권 세력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당당히 맞서라’고 당부했다. 집권당 안팎의 많은 인사들은 이 말을 듣자마자 윤석열이 이미 정치의 길로 들어섰고, 그러므로 사퇴하든지 탄핵되어야 한다고 격앙했다.


후문(後聞) 보도에 따르면 이 훈시 원고는 대검찰청의 한 연구관이 작성했는데, 윤석열이 일부 참모들의 자문을 받으며 며칠 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퇴고(推敲)를 했으며, 특히 독재와 전체주의(全體主義, Totalitarianism,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생활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 부분은 그가 직접 추가했다고 한다. 논란이 될 만한 문구와 표현들을 다듬으면서 현 집권 세력이 비판 받고 있는 다수결의 횡포와 오만에 의한 폭주를 겨냥한 독재와 전체주의란 용어를 의도적으로 삽입했다는 데 윤석열 작심 발언의 핵심이 있다.


윤석열이 정치할 결심을 굳히고 이런 작심 발언을 했는지는 그가 청와대와 집권당에 의해 물러나든 스스로 옷을 벗든 검찰 청사를 나온 이후의 선택을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가 청와대와 일전불사(一戰不辭)를 각오하고 있으며 식물총장으로 비루(鄙陋)하게 내년 7월 임기까지 연명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확실해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행동,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윤석열 본인과 국민 앞에 놓인 무거운 질문이다. 그의 출사표 이후 구체적인 다음 행동이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6일 현 정부의 검찰개혁 진의를 의심하며 비판해온 한 변호사에 의해 큰 스캔들이 불거졌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 매주 참석하고 방송을 관장하는 권부 핵심 인사가 “(권력을 수사하려는 윤석열 측근 검사장)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는다”며 MBC의 채널 A 사건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고 했다는 폭로이다. 친정부 측에서 주장하는 ‘검언유착’(한동훈과 채널 A)이 아니라 ‘권언유착’(집권 세력과 MBC, KBS) 에 의한 정치공작 사건으로 입증되며 시끄러워질 이 사건을 (윤석열의) 검찰은 수사해야 한다는 국민적 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 언론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조국 일가 관련 잔여 수사를 비롯해 청와대 개입 의혹이 짙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국민 성금과 보조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미향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고소장 유출 사건, 권력형 비리로 의심되는 라임 및 옵티머스 사건 수사들이 올스톱돼 있다. 여기에 정권의 충견(忠犬) 검사가 편파수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권에 찍힌 검사장에게 ‘몸을 날려 올라 탄’ 사건에 대한 감찰도 있다. 윤석열은 이 수사들과 감찰을 재개시키고 독려(督勵)할 것인가?


그가 이 사건들을 지휘하게 될 경우 법무부장관 추미애와 설훈, 김종민, 최강욱 등 범여권 문빠 행동대 의원들로부터 거센 견제구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견제구는 야구공(말)이 아니라 철퇴가 될 수도 있다. 징계나 감찰 등 법적, 제도적인 수단이 동원될 것이란 얘기다.


윤석열은 이 정도는 훈시문 퇴고(推敲)를 하면서 예상하고 각오했을 것이다. 항거하지 않는 침묵을 택하지 않고 출사표를 던진 데서 그의 ‘침묵하지 않는 항거’의 결전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임기가 보장되는 검찰총장인 그가 자진 사퇴하지 않고 추후 공수처 수사나 국회(탄핵), 청와대(사퇴 압력)에 의해 물러나려면 위에 나열한 청와대와 집권 세력 관련 사건들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큰 마찰음과 함께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가 신임 검사들에게 주문한 대로 일선 검사들의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그가 얼마나 오래 총장 자리에 앉아 있게 되느냐만 문제일 뿐 곧 옷을 벗는다는 건 기정사실이 될 것이다. 자의(自意)냐 타의(他意)냐의 차이만 남는다. 출사표로 인해 그외 다른 선택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윤석열은 만지면 만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대표 이해찬과 대통령 문재인은 극구 윤석열의 윤 자도 입 밖에 내지 않아 오고 있다.


진보 매체인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말 조사한 결과 윤석열은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3.8%를 기록했다. 범야권 후보군 중에서 단연 1위다. 그밖에 범야 후보 홍준표~원희룡의 선호도를 합하면 보수 대권주자 선호도는 모두 38%에 이른다. 거기에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8월 첫째 주 정례조사로는 범보수로 분류된 응답자가 45.3%로 상승했다. ‘보수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윤석열은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45%를 안정적으로 득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알앤서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은 물러나게 돼 있고(집권 세력이 내몰지 않고 고사작전을 펴더라도 내년 7월이면 임기가 끝나며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대선 후보가 될 수도 있다), 집권자들에 의해 괴롭힘을 받다 쫓겨난다면 더욱 지지율이 급상승할 것이다. 커지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 총장으로 놔두자니 그의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므로 그럴 수도 없다.


그를 언제, 어떤 이유로, 어떻게 축출(逐出)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있을 집권 세력의 고민이 느껴진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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