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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의 엔터리셋] 불안에 떠는 대중음악 콘서트, 멀고 먼 정상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8.02 07:00
수정 2020.08.02 00:51

4번 연기한 '미스터트롯' 콘서트, 결국 8월 개최

코로나19 여파로 대중음악 콘서트 업계 피해액 877억

ⓒ한국체육산업개발

대중음악 업계의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 예정된 콘서트는 줄줄이 취소·연기되고, 일부 기획사, 업체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콘서트 재개의 움직임도 보였지만,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


대표적으로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가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규모 인원을 수용해 진행하기에 이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다른 대형공연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갈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최를 사흘 앞두고 송파구에서 대규모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관계자들은 또 한 번 좌절해야 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제작사인 쇼플레이는 공연 3일전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 가처분 소송을 냈다. 쇼플레이는 “한류의 중심이었던 케이팝 가수들의 콘서트는 최소한의 지침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소송 이유를 밝혔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법원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고, 사실상 ‘미스터트롯’ 콘서트 개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더구나 ‘미스터트롯’ 콘서트 취소 이후 광진구청 역시 공연을 하루 앞둔 ‘태사자 콘서트’가 진행될 예스24 라이브홀에 대규모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한 중소 레이블 관계자는 “송파구, 광진구 등 지자체의 명확치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한 행정명령이 타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구나 이번 ‘미스터트롯’ 콘서트 측의 소송이 기각되면서 다른 지자체들도 몸 사리기에 나설 이유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한 인디 밴드의 공연은 ‘대규모’도 아니었고, 야외에서 진행되는데도 취소를 권고 받는 등 이미 그 영향이 실제 공연 취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당장 콘서트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빚은 온전히 기획사의 몫이다. 물론 공연도 하지 못하고 빚만 떠안게 되는 것이 뼈아프긴 하지만, 더 걱정인 건 이번 사건이 앞으로 다른 공연들의 연쇄적인 취소 사태를 빚어낼까 걱정”이라며 “상반기부터 연기되어 온 콘서트와 페스티벌 등이 8월부터 개최 예정이지만, 상반기의 아픔을 반복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송파구청은 지난달 31일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완화하고 공연 개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새 집합제한 명령 지침 내용은 ▲수용 인원의 40% 이하로 시설 사용 ▲좌석 폭이 0.5m 이하일 경우 2칸 이상 띄어 앉기 ▲관람객의 마스크 착용여부 확인을 위한 관람석 모니터링 ▲스탠딩 공연 금지 ▲관중의 함성, 구호, 합창 금지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미스터트롯’ 콘서트도 재개되고, ‘미스터트롯’ 측도 재예매를 공지했다. 4번을 연기한 끝에 이뤄낸 일이다.


한 대중음악 공연 업계 관계자는 “송파구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공연을 재개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 좋은 소식임에도 안타까운 건 왜 이런 가이드라인을 애초에 마련하지 못했느냐다. 사실상 기존의 방역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지침들인데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급하게 내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늦었지만 상황에 따라 관객 수 등의 기준을 유동적으로 바꾸면서 다시 대중음악 공연계가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바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새 집합제한 명령 지침 내용을 기준으로 대규모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자칫 향후 ‘무늬만 콘서트’인 공연만 열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 같은 형식으로는 대중들의 문화 충족도 제한돼, 지속적으로 콘서트를 찾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는 것이 최고의 해결책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중음악이 갖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확장된 지침이 나와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7월 1일 기준으로 877억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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