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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너의 얼굴은] 이런 여자 네가 처음이야…'나쁜 여자' 서예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7.28 12:58 수정 2020.07.28 13:01

'사이코지만 괜찮아'서 동화작가 고문영 역

욕망에 가득찬 캐릭터, 김수현보다 더 화제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tvN

"너 닮은 아들이면 될 것 같아. 아이 하나만 낳자. 낳자는데 왜 협조를 안해!"


이런 직설적인 대사를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툭툭 뱉는 여자가 있을까. 남성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나랑 한번 잘래?"라는 대사도 이 여자 앞에선 이상하지 않다. tvN 토일극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유명 동화작가 고문영 역을 맡은 서예지다. 한류스타 김수현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받은 이 드라마에서 정작 화제는 서예지에게 쏠리고 있다.


서예지가 맡은 고문영은 유년시절 트라우마로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닌 유명 동화작가다. 겉모습은 화려하다. '소멸직전'의 얼굴에 꽉 들어찬 이목구비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의상도 범상치 않다. 긴 드레스와 눈에 띄는 액세서리, 진한 메이크업은 평범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차갑다. 동화작가이지만 얼굴엔 온기보다 냉기가 흐른다.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차가운 분위기가 얼굴부터 발끝까지 감돈다. 행동엔 거침에 없다. 자신의 팬 사인회에서 실랑이를 벌인 부모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내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한다. 팬이라며 사인을 받겠다고 찾아온 아이에겐 차가운 얼굴로 귓속말로 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볼 수 없는 살벌한 악녀다.


문강태(김수현 분)와 처음 만났을 때는 얼굴에 당당함이 넘친다.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린 그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문강태의 말을 무시한다. 눈빛엔 흔들림이 없고, 얼굴은 도도함 그 자체다. 무표정에다 인간 같지 않은 고문영은 강태를 좋아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tvN

로맨틱 코미디에서 이렇게 남자 주인공을 향해 적극적으로 표현한 여성 캐릭터가 있을까. 문강태에게 "먹고 떨어질게. 너, 나 주라" "난 확실히 욕구불만 맞아. 나랑 한번 잘래?"라는 말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욕망에 솔직하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은 서예지의 도회적인 얼굴을 통해 극대화된다. 차갑지만 어딘가 사연이 있는 듯한 얼굴은 고문영이 어떤 행동을 해도 용서하게끔 한다. 문강태와 술을 마시고 "정말 취했어"라는 말을 욕을 섞어 차지게 할 때는 여유로움이 얼굴에 묻어난다. 실생활에서 했을 법한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배우는 없었다. 시청자들이 응원하는 이유다.


시트콤, 장르물, 드라마, 공포물 등 다채로운 장르에서 활약한 서예지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물 만난 고기다. . 마냥 예쁘고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은 그의 얼굴은 고문영이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사랑, 슬픔, 기쁨, 증오, 화남 등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드러낸다. 욕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고문영의 얼굴을 보면 이상하게 안쓰럽다. 두 눈엔 슬픔이 가득해서 꼭 안아주고 싶다. 서예지 얼굴이 지닌 매력이리라.


서예지는 우리가 물리도록 봐왔던 능력 있는 남성과 캔디형 여성 구도를 통쾌하게 뒤집는다. 돈, 명예 모두 그의 것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다. 사랑 앞에서는 불에 눈을 키며 달려든다. "여자가 무슨"이라는 말도 통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듯한 그의 표정은 들뜨지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한 얼굴을 한다. 그래서 더 끌리고 매력적이다. "내 눈에 예쁘면 탐나는 거고 탐나면 가져야지. 욕망에 꼭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라고 말하는 이 여자, 탐나는 서예지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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