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내수판매 호조?…그랜저·K5·XM3·트블 빼면 마이너스
입력 2020.07.28 06:00
수정 2020.07.27 17:49
하반기 신차효과 희석, 개소세 감면폭 축소로 내수위축 전망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올렸으나 일부 신차에 국한된 것으로, 이를 제외한 기존 차종 나머지 판매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해외 판매 감소를 내수 판매가 지탱해줬다지만 이 역시 신차 효과가 희석되고 개별소비세 감면폭 축소(70→30%)가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실적은 총 75만5037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증가폭이 크진 않지만 해외 주요국 자동차 판매가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위축된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판매가 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업체별로는 희비가 교차한다. 르노삼성자동차(51.3%↑)와 한국GM(15.4%↑), 기아자동차(14.6%↑)는 크게 늘었지만 현대자동차(0.1%↑)는 제자리걸음이고 쌍용자동차(27.0%↓)는 크게 줄었다.
완성차 업체들의 희비를 가른 것은 신차효과의 유무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5,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등 지난해 말 이후 출시돼 신차효과가 남아있는 차종들만 판매가 늘었고, 기존 차종들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 싼타페, 투싼, 코나, 제네시스 G70 등 주력 모델들이 줄줄이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보였다.
그랜저(7만7604대·45.2%↑)와 아반떼(3만7605대·16.8%↑)의 신차효과와 제네시스 GV80(1만7007대)의 라인업 추가가 아니었다면 내수 시장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상황이었다.
기아차 역시 상반기 내수 판매에서 신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K9, 스팅어, K3, 모닝, 레이, 니로, 스토닉, 카니발, 스포티지 등 주력 차종들의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K5가 136.3% 증가한 4만6824대, K7이 57.8% 증가한 2만6723대, 쏘렌토가 41.9% 증가한 3만7867대씩 팔리며 내수 판매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라인업에 없었던 셀토스도 올 상반기 2만9149대의 물량을 추가해줬다.
르노삼성은 특정 차종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운영됐던 SM7, SM5, SM3 등의 모델이 모두 단종된 가운데, 주력 모델 중 하나였던 SM6마저 판매가 35.3%나 줄었다.
올해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돼 2만2252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XM3만 없었더라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했을 터였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LPG 모델 일반판매 허용으로 판매가 크게 늘어난 QM6(1만6845대·48.1%↑)까지 더한 2개 차종이 사실상 르노삼성의 내수판매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GM도 말리부, 스파크, 트랙스 등 주력 모델들이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줄줄이 큰 폭의 판매 감소를 보인 가운데, 신차 효과에 힘입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돌릴 수 있었다.
올해 출시된 트레일블레이저(9545대)와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콜로라도(2807대), 트래버스(2238대) 모두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GM 라인업에 없던 모델들이다.
쌍용차의 경우 국내 판매중인 4개 차종 중 코란도(9613대·33.8%↑)를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특히 볼륨 모델인 렉스턴스포츠와 티볼리가 각각 27.0%와 49.2%나 급감한 게 치명적이었다.
코란도의 경우 지난해 2월 출시됐으나 초기에는 디젤 모델만 판매하다가 하반기 가솔린 터보 모델이 추가되며 판매에 가속이 붙었다.
이처럼 신차 몇 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하반기 내수 판매에서 상당한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차 효과는 시간이 지나 누적 공급량이 많아지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차가 많아질수록 점점 희석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부터 이뤄진 개소세율 변화도 내수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개소세 감면을 지속하기로 했지만, 감면폭은 2~6월 70%(세율 1.5%)보다 낮은 30%(세율 3.5%)로 축소했다.
정상세율인 5%로의 환원보다는 충격이 덜하겠지만 이전보다 혜택이 줄었으니 판매진작 효과도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 사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신차들이 여럿 출시됐고, 개소세 인하로 구매 부담이 줄면서 해당 차종의 판매가 급증했다”면서 “이 때문에 기존 다른 차종들의 부진이 가려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신차효과와 개소세 감면 효과가 동시에 축소되는 만큼, 추가로 출시되는 신차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내수 판매가 상반기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