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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보기 정치②] 또 나온 수도이전론…정부·여당 지도자들도 중구난방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0.07.26 04:00 수정 2020.07.26 05:40

그린벨트 때처럼…막 던진 뒤에 여론 살펴보나

김태년 "여야 합의만 하면 행정수도 완성 가능"

이해찬 "개헌해서 문구 넣어야 위헌 문제 해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로부터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발언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여당이 던져 여론을 살펴본 뒤 대통령은 뒤쫓는 '간보기 정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5000여 명은 25일 서울 청계천에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청계천 남측 200m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운 국민들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 "대통령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엄중한 민심에 놀란 정부·여당은 부동산 정책파탄 이슈를 전환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부각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교통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이다. 국민전환용인데, 수도권 과밀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아무리 규제를 해도 실패했다고 하니까 이런 (수도 이전) 방식으로 해결해보자는 제안"이라고 '국면전환용'임을 시인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행정수도 이전론을 "뜬금없는 논의"라며 "집값 폭등 문제가 생기니까 이슈를 전환하기 위해 제기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파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급히 던져졌다보니 정부·여당 인사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통일된 입장조차 없이 중구난방으로 생각으로 내놓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 때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이 의견을 내놓다가 여론이 쏠리는 쪽을 대통령이 손들어주려는 '간보기'가 한창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개헌 논의까지 나설 것인지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률 재·개정이 있다"며 "여야가 합의만 하면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개헌까지는 필요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튿날 오후 세종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헌재 결정이 여전히 살아있어 (개헌 없이는) 국회와 청와대의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문제가 해결된다"고 개헌이 필수불가결한 절차임을 환기시켰다.


쟁점에 통일된 입장조차 없는데 대통령은 침묵
김태년 "세종으로 통째 이전하면 부동산 완화"
정세균 "수도 이전과 부동산 정책은 다른 사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행정수도 이전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지에 대해서도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며 "그렇게 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견련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수도 이전과 부동산 정책은 다른 사안"이라며 "수도 이전이 부동산 정책의 일환이라고 인식한다면, 그것은 다른 인식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혀 다른 입장을 펼쳤다.


이처럼 국무총리와 집권여당 당대표·원내대표가 서로 전혀 상반되는 말을 마구 던지는 동안, 정작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다양한 행정적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한 채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의 말대로 국회와 청와대가 통째로 이전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효력에 따라 불가능하더라도, 국회와 청와대의 분원 설치,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대검찰청·한국은행 등의 이전은 문 대통령의 의지로 가능하다.


결국 갑자기 불거진 수도 이전 논의가 부동산 정책파탄 국면 전환과 향후 선거에서 '재미'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간보기' 단계에 돌입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최근의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철학으로부터 비롯됐다기보다는 당장 발등의 부동산 정책파탄 책임을 모면함과 동시에 내후년 대선에서 충청표를 좀 얻어보겠다는 계산이 겹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집값이 올라서 세종으로 수도를 옮겨 잡아보겠다는데 야당이 발목 잡아서 못했다'고 또 한 번 뒤집어씌워보려는 것"이라고 냉소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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