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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묵직한 메시지, 먹먹한 여운…전편 넘은 '강철비2'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7.25 06:00
수정 2020.07.25 15:13

양우석 감독 연출…정우성 유연석 곽도원 주연

"외교 안보는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강철비2:정상회담'ⓒ롯데엔터테인먼트

"당신은 진정 통일을 원하십니까?"


이 질문에 바로 "네"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주변 국가들과 얽힌 상황에서 통일은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영토의 갈라짐은 이념의 대립도 더 심하게 부추겼다. 보수 세력들이 북한과 적대시 혹은 협력을 했던 '보수 우위 시대'를 지나,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 이후에는 '보수vs 진보'의 구도가 형성된다. 이 순간부터 북한은 보수만의 상대가 아닌, 진보의 상대로도 위치를 옮긴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되는 그 어떤 사안이 제기되더라도, 북한은 그 사안의 중심 혹은 중심 바로 옆에 있었다. '종북세력' '반평화세력' 등 상대를 공격하는 말의 중심에는 북한이 있다. 종전 67년이 지난 2020년 역시 아직도 이런 상황은 유효하며 '강철비2:정상회담'('강철비2')을 통해 관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측할 수 없는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일'이라는 화두는 잊히곤 하고,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양우석 감독은 용기를 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극에 달했던 2017년 '강철비'를 공개해 주목을 받았던 양 감독은 이번에도, 용기 있고 뚝심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던진다.


'강철비2'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전작인 '강철비'와는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상호보완적' 속편으로, 전편이 한반도의 평화 문제에 대한 결정권이 남과 북의 손에 맡겨져 있는 상황을 담았다면, 이번 편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패권국가의 갈등과 일본의 견제라는 동북아의 현실을 그려냈다.


'강철비2:정상회담'ⓒ롯데엔터테인먼트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분)와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 분)의 남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원산에서 열린다. 한경재의 중재에도 북미 정상은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던 중 북한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분)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세 정상을 납치해 핵잠수함으로 데려온다. 세 정상은 좁디좁은 함장실에 갇히고, 대통령의 납치 사실을 알게 된 미국 정부는 중국과 전면전을 불사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


'강철비2'는 감독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장면을 다시 떠올리면 어느 하나 허투루 대하지 않은 감독의 취재력과 세심한 마음이 느껴진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은 완전히 다르다. 전반부 1시간 동안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국들의 상황을 각 인물의 입을 통해 상세하게 풀어낸다. 관객 입장에서는 벅찰 수 있다고 느낄 만큼 방대한 정보가 쏟아지는데, 예민한 정치 외교적 소재를 다룬 만큼 감독이 꼼꼼하게 조사하고 취재한 부분에 감탄이 나온다.


남북미 세 정상이 핵잠수함 백두호에 갇히면서 영화는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를 찾는다. 좁은 함장실에서 세 정상이 마주 앉아 앞날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초조한 긴장이 아닌, 한결 풀어진 재미 요소를 집어넣으며 관객들을 극 속으로 안내한다. 입장이 달랐던 세 정상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머리를 맞대고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정을 쌓는다.


'강철비2:정상회담'ⓒ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반을 넘어 시작된 잠수함 액션은 극의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만큼 박진감 넘친다. 제작진은 태풍이 잠항으로 바다 속으로 들어갈 때 수평이 바뀌는 부분, 몰아치는 독도 앞바다 앞의 상황, 어뢰가 오가는 수중전에서 폭발 충격 때문에 함내의 사람들이 균형을 잃는 장면 등을 위해 특수 장치를 만들어냈다. ‘안중근잠수함’ 부대에서 잠수함장으로 복무했던, 김용우 전 함장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은 물론, 촬영 기간 내내 상주하며 잠수함과 관련된 장면을 감수했다.


긴박했던 잠수함 액션 끝에는 묵직한 여운과 감동이 기다린다. 누군가 해야 했을 얘기를 메시지, 재미로 버무린 양 감독은 마지막에 대통령의 입을 통해 결정타를 날린다. "국민 여러분, 통일을 원하십니까?"라고.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얼굴이 곧 복지'인 정우성은 대통령을 맡아 고뇌하는 한 인간을 특유의 깊은 눈빛으로 표현했다. 유연석은 북한위원장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으며, 곽도원은 언제나 그랬듯 제몫을 다했다. 특히 돋보이는 배우는 신정근이다. 핵잠수함 부함장 역을 맡아 후반부 화면을 압도할 만큼 존재감을 뽐낸다.


양 감독은 "영화 개봉 전에 오해를 받고 논란을 사는게 제 징크스이자 소명인 거 같다"면서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에 의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나 교육과 외교안보는 국가 전체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상상력으로 빚어낸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국이 갈 수 있는 길을 보여드리는게 제 숙명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7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132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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