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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팀’도 꾸려…아이돌 팬덤의 진화 어디까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22 08:45 수정 2020.07.22 08:47

기획사, 커지는 팬덤 목소리에도 균형감 유지해야

ⓒ뉴시스 ⓒ뉴시스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팬덤의 존재감 역시 아이돌 스타들 못지않게 커졌다.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팬(fan)과 ‘영지·나라’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다. 지금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거나 몰입하여 그 속에 빠져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기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무대 영상을 공유하고, 가수를 좋아하는 수용자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팬들의 기본적인 태도였다. 이후에는 같은 대상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이들이 뭉치면서 조직적인 형태로 거듭난 것이 바로 팬덤의 형태다. 이들은 댓글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대표적으로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 엑소의 팬덤인 ‘엑소엘’, 블랙핑크의 팬덤인 ‘블링크’, 샤이니의 팬덤인 ‘샤이니월드’, 세븐틴의 팬덤인 ‘캐럿’ 등이 있다.


팬덤의 활동에는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다. 일단 가수에 대한 관심을 여러 명이 함께 하면서 생기는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력을 키우면서 그들이 넘보는 영역도 기존과는 매우 달라져 있다. 적극적으로 가수의 매력을 담은 영상을 편집하고,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까지도 담아내면서 단순한 음악적 매력 외적인 캐릭터를 부여하고 나선다.


뿐만 아니라 앨범 구매, 음원 스트리밍, 콘서트 티켓팅 등에 있어서도 함께 움직이면서 ‘총공’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는 ‘총 공격’의 줄임말로, 아이돌 팬덤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운영진의 진두지휘 하에 단체 행동을 선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해당 가수를 지지한다는 것은 여러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함께 광고를 올리기도 하고, 스타의 이름으로 함께 기부를 하는 등의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기획사에 입김을 불어넣고 언론사에 직접 보도자료를 보내는 팀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조직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소속사와는 별개로 팬들 사이에서 보도자료 팀이 꾸려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공식적인 자료는 아니지만, 팬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가수의 이력이나 활동을 정리해 언론사에 보내고 이를 기사화되도록 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한 예로,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팬덤은 최근 ‘제이홉 기사제보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월드뮤직어워즈에서 SNS에 제이홉을 언급한 것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보내왔다. 내용 역시 기획사에서 보내는 것과 같은 형태로 매우 구체적이다. 또 방송, 기사 등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직접 해당 부서로 전화 문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기도 한다. 최근 도를 넘어선 팬덤의 역할이 ‘가짜뉴스’를 생산해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일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이태원에 방문하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팬덤은 안티들과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이고, 관련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자신이 이태원 목격담을 거짓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면서 자필 사과문까지 올렸다. 스타 개인의 사생활을 우려한 팬덤의 과한 개입이 문제를 확대했고, 기획사에서도 이를 방치하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아티스트의 권한이 강해지면서 기획사가 가지고 있던 의사결정 권한은 사실상 힘을 잃는 모양새다. 물론 팬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지만, 자칫 팬들의 감성적 의사결정을 따르면서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획사가 자칫 균형감을 잃는다면 팬덤과 기획사, 그리고 아티스트 사이에 균열이 생기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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