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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적기' 개헌론 꺼내 든 문재인 정권…왜 지금 시점에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입력 2020.07.18 00:05
수정 2020.07.18 05:39

박병석·정세균, "내년이 개헌 적기…코로나 끝나는 대로 논의하자"

2018년 文대통령이 직접 개헌안 발의했지만 의석수 미달로 무산

176석 확보하며 상황 변해…"지금 아니면 어렵다 판단할 수 있다"

코로나19·부동산·박원순 사태 등 불리한 이슈 '국면전환용' 평가도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2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21대 국회 출발에 맞춰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정치권에 각종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 거대 이슈인 개헌을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의장은 17일 제72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민을 지키고 미래를 열기 위해 헌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때"라며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다. 코로나 위기를 넘기는 대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때, 지난 4년 동안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헌법'을 다시금 꺼냈으면 좋겠다"며 거들었다.


현 정권 들어 정부 차원의 개헌 촉구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4년 중임제를 비롯해 선거 연령 하향 조정·국회의 총리 선출·지방 분권 강화·공익을 위해 토지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부가 다시금 개헌 드라이브에 시동을 거는 배경으로는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국회 균형이 꼽힌다. 2018년 당시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가 개헌선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에 한참 못 미쳤지만, 지난 4·15 총선에서 176석의 거대 의석을 확보하며 상황이 변한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회 역사상 흔치 않았던 여대야소(與大野小) 국면을 맞이해서, 지금이 아니면 밀어붙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21대 국회 임기 절반 즈음에 대선이 열리는 만큼, 개헌 이슈는 계속해서 대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와 부동산 문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등 불리한 이슈가 연달아 터지고 있는 정부여당이 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론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국회의장들이 보통 임기 초기에 개헌론을 꺼내곤 하지만, 대선 국면을 불과 1년 앞두고 정치적 대결과 갈등으로 탄력을 받기 힘들 것이 뻔한 데도 내보인 것은 시점 상 정치적으로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며 "새로운 정쟁거리만 하나 던져 놨다. 국회를 중립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할 국회의장의 역할로서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거대여당 됐지만 통합당 동의 없이는 단독 개헌 불가
통합당,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필요성엔 동의…시기엔 선 그어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소모적인 개헌 논의가 아니라 민생"
김종인 "왜 내년이 적기인지 이해 안 돼…어떤 내용인지 볼 것"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실제 입법부를 담당하는 국회의장과 행정부를 담당하는 국무총리가 화두를 던지긴 했지만, 당장 개헌 이슈를 정국의 중심으로 가져오기는 힘든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드라이브를 통해 여야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데 따른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미래통합당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76석을 점유한 민주당이지만 개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인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에 통합당의 동의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개헌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요즘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부쩍 늘어나니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비롯한 숱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21대 국회가 집중해야 할 것은 소모적인 개헌논의가 아니라 민생부터 챙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왜 내년이 적기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선이 1년 쯤 남은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준비해서 내년 4월까지 완성할 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며 "어떤 내용을 가지고 개헌하느냐에 따라 (동참 여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개헌을 여당이 먼저 하겠다 하는데 야당이 쉽게 찬성을 하겠는가"라며 "박 의장이 미리 여야 원내대표를 모아서 논의 기구를 만들고 설득하는 과정도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느닷없이 꺼낸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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