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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이별, 그 후…'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7.17 14:37 수정 2020.07.17 14:37

오동민·김민하 주연 현실적인 로맨스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매치컷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매치컷

잠수 이별 후 갑자기 찾아온 연인,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반가워할 것인가, 아니면 "왜 왔냐"며 다그칠 것인가.


영화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는 헤어지고 다시 만난 두 연인의 심리를 따라가며 관객에게 이렇게 묻는다.


헤어진 지 3년 만에 동민(오동민 분)이 운영하는 서프샵에 불쑥 나타난 유진(김민하 분). 유진은 자신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동민에게 당당히 1500만원을 요구한다. 동민의 서프샵 '킬러스웰' 브랜딩을 도와준 보수를 이제라도 정산받겠다는 것. 유진을 다 잊은 줄 알았던 동민은 그녀의 방문이 혼란스럽다. 유진은 연락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동민을 무턱대고 찾아간 유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동민과의 연애가 행복하지 않아 그를 먼저 떠나갔고, 돈을 받으러 다시 왔다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밀린 돈 찾으러 왔어"라고 외치는 여자와 "진짜 돈 때문에 온 거야?"라고 묻는 남자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지지고 볶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동민과 유진이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영화는 깊게 들어가지 않고 두 인물의 심리에 집중한다. 서툰 방법으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청춘남녀의 모습과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다시 만난 둘은 예전처럼 연인 사이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그간 하지 풀어내지 못했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서로를 있는 그래도 바라본다.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매치컷 '킬러스웰:아워 스페이스'ⓒ매치컷

영화 속 현실적인 캐릭터가 눈에 간다. 동민은 마치 '보살'처럼 유진을 대한다. 아무런 연락 없이 떠난 전 여자친구에게 화를 낼 법도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그녀를 대한다. 유진 역시 감정적으로 동민을 대하진 않는다. 시간이 약일 것일까. 둘 관계를 끊어내게 한 시간은 오히려 그들이 성장할 기회를 준다.


누구나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지다 보면 미련과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뒤늦게 후회하지만 때는 늦었고, 우여곡절 끝에 만나서 다시 잘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영화는 남녀 관계에서 느꼈을 법한 사랑, 후회, 미움,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며 사랑이 어떻게 해야 좋은 이별로 마무리되는지 짚는다. 소중한 추억이라도 간직하려면 서로를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 말이다.


부산 지역 서프샵을 배경으로 한 만큼 시원한 서핑 장면이 눈에 띈다.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초 동작을 배웠다. 리얼한 서핑 장면들과 감각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청춘 로맨스 같은 분위기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실제 같다. 특히 오동민은 진짜 동민이다. 담담하면서도 따뜻함이 배어있는 목소리와 깊이 있는 감정연기로 극에 흡인력을 더한다. 주로 독립 영화에서 활약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옆집에서 봤을 법한 동민을 오롯이 자기 색깔로 흡수했다. 동민의 상대 역인 김민하 역시 헤어진 연인을 찾아온 여자의 복합적인 심리를 매끄럽게 연기했다.


주요 배경인 서프샵 이름이자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킬러스웰(Killer Swell)'은 '서퍼들이 기다리는 끝내주는 파도'라는 의미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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