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받은 건 손소독제 뿐"…코로나19 사각지대 '독립영화관'
입력 2020.05.27 00:00
수정 2020.05.26 23:24
김혜수·한지민·이제훈 등 켐페인
멀티플렉스 위주 대책 '비판'
"독립영화예술관이, 독립예술영화가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저의 입맛, 건강, 정신을요."
배우 최희서가 코로나 독립예술영화관 챌린지(#SaveOurCinema)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최희서는 "코로나19로 관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전 세계의 작고 귀한 영화관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후 이제훈, 신민아, 김혜수, 한지민 등이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을 확산하는 데 기여한 독립영화예술관이 코로나19의 사각지대에 몰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지원책이 멀티플렉스 중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독립영화 공동행동'이 4월 6∼12일 실시한 조사에서 강릉·광주·대구·목포·서울·원주 등에 소재한 독립예술영화전용관·시네마떼끄·지역의 비상설 영화관 등은 전년 대비 평균 70~80% 이상의 관객이 급감했다. 특히 대구 지역의 상황이 심각했다. 대구 오오극장은 2월 20일부터 4월 19일 동안 휴관하면서 전년 대비 2000만원이다 매출이 감소했다. 서울 지역의 서울아트시네마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500만원이나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영화진흥위원회가 내놓은 지원책은 신통치 않다. 최근 영진위는 위축된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6000원 할인권 133만장(약 90억원)을 배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할인권 할당은 지난해 극장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한다. CGV가 가장 많은 64만여장, 롯데시네마에는 37만여장을 챙긴다. 메가박스는 24만여장, 씨네Q 7000여장을 가져갈 예정이다. 중소 영화관은 나머지 5%에 해당하는 6만여장을 받는다.
발급권 지급 방식 역시 자체 영화 예매 시스템을 갖춘 CGV, 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 위주로 이뤄진다. 극장 회원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독립예술영화관은 할인권 적용에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같은 독립영화를 보더라도 독립예술영화관이 아닌 멀티플렉스로 발길을 향하게 된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영진위의 할인권 배포는 멀티 플렉스를 위한 것"이라며 "독립예술영화관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고, 사전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독립예술영화관은 제대로된 방역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관 방역을 위해 내놓은 건 손소독제"라며 "지원금을 준다 해도 미비한 수준이다. 극장이 나서서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관객들의 발열 체크를 위해 쓸 만한 장비에 대한 지원도 없다. 오는 28일 열리는 인디다큐페스티벌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도움을 받아 발열 체크 장비를 얻었다.
고 이사장은 "현장에 있는 독립영화감독을 만나 보면 방역 지원에서도 독립예술영화는 소외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영진위가 실태 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영화인들이 공감할 만한 대책이 나왔을 텐데 내놓은 대책들을 보면 영화인들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영화들은 극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애초부터 돈을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닌 데다가 개봉을 또 미루면 상영관을 잡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고 이사장은 "독립영화의 현실"이라며 "독립영화는 항상 코로나19를 마주했다. 그때도 소외됐고, 지금도 소외됐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