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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외모로 평가받는 비극,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7.16 14:21 수정 2020.07.16 14:23

조경훈 감독·박기종 대표 "우여곡절 끝에 나온 프로젝트"

네이버 인기 웹툰 '기기괴괴-성형수' 원작 영화화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조경훈 '성형수' 감독ⓒ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조경훈 '성형수' 감독ⓒ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성형수'는 직관적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영화입니다. 주사기를 꽂고 밀어 넣는 거죠."


'기기괴괴-성형수'(이하 '성형수')를 만든 조경훈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아붙이는 영화다. 예측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휘몰아치면서 상영시간 내내 관객을 꽉 붙들어 놓지 않는다.


'성형수'는 네이버 인기 웹툰 '기기괴괴'(오성대 작가)를 원작으로 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드물게 공포, 스릴러 장르로 제작된 독창적인 형태를 띤다. 2018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아 (주)에스에스애니멘트, (주)스튜디오애니멀이 공동 제작했다.


'성형수'는 화장품처럼 손쉽게 성형을 해주는 신비의 물 '성형수'를 얻어 성형미인이 된 평범한 20대 여성에게 펼쳐지는 잔혹한 숙명을 만화적 상상력을 담아 풀어낸 이야기다. 성형 부작용과 관련된 기발하고 섬뜩한 아이디어를 실제 현실에 빗대어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원작 웹툰을 바탕으로, 강한 스릴과 충격적인 아이디어를 더했다.


영화는 제44회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또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15일 경기 부천에서 만난 조경훈 감독은 "원작의 힘이 워낙 컸다"며 "애니메이션에서 흔치 않은 공포 장르라서 영화제에서 신선하게 봐준 것 같다"고 밝혔다.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 역시 "소재가 독특하고 스토리가 재밌다는 평가를 얻었다. 결말에 대해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고 작품이 지닌 매력을 소개했다.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조경훈 '성형수' 감독ⓒ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조경훈 '성형수' 감독ⓒ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기 웹툰을 영상화하는 작업에선 캐릭터와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올지, 변형할지 고민해야 한다. '성형수'에서는 원작의 핵심을 살리되 캐릭터를 보다 공감가는 인물로 그리려고 했다. 특히 주인공이 왜 '성형수'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집중했다.


"원작 속 예지는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건조해요.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예지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게 담으려고 했습니다. 예지가 겪는 폭력은 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폭력입니다. 이 부분을 극단적으로, 뻔뻔하게 보여주려고 했죠.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보여도 관객들이 부족한 부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생각의 여지를 주지 않는 영화예요. 사건이 빠르게, 계속 터지거든요."(조 감독)


감독의 말마따나 '성형수'는 사람들이 타인의 외모에 들이대는 엄격한 잣대와 외모로 모든 걸 평가하는 세상을 꼬집는다.


"외모는 결국 '껍데기'인데 이 껍데기를 잘못 타고난 죄가 너무 크지 않나요? 저 역시 어렸을 때 놀림당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상처가 아직도 생각나요. 사람들은 껍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서열을 나누고, 경제적인 부도 나눠 가집니다. 비극이죠. '성형수'를 통해 이런 비극을 표현하고 싶었어요."(조 감독)


영화엔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남성의 노골적인 시선과 남성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을 동시에 담았다. 자칫하면 젠더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감독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작품에 신중하게 반영했다.


'성형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과정을 거쳤다. 중국에서 불법 유통된 웹툰 '성형수'가 현지에서 대박을 친 후 30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하려고 했다. 중국을 타깃으로 한 시나리오까지 만들었지만 한한령이 터지면서 길이 막혔다. 이후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중국 당국의 검열은 점점 심해졌다.


박 대표는 "주변에서도 중국에 의존하지 말라고 한다"며 "그 쪽에서 약속을 어겨버리면서 롤러코스터 같은 상황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성형수'ⓒ영진위 '성형수'ⓒ영진위

중단됐던 '성형수' 프로젝트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5세 이상 관람가의 애니메이션은 거의 없어요. '성형수'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죠. 유럽, 미국을 비롯해 대만이나 인도, 아시아 쪽에서도 반응이 좋습니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에도 (공개를) 제안한 상황입니다."(박 대표)


'성형수' 같은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오려면 탄탄한 제작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제작비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돈을 벌려면 아이들을 타깃으로 하거나 완구가 함께 껴야 한다"며 "이게 아닌 이상 투자받기가 힘들다. 좋은 제작사들이 도움을 줘야 실험적인 기획안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패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형형색깔의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성형수' 이전에 여러 작품을 만들어 놓은 경험 덕에 '성형수'를 내놓을 수 있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노하우가 축적된 덕이지요.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위한 제작사, 창작자들의 노력이 깊어져야 합니다."


'성형수'는 내달 말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다. 조 감독은 "코로나19 시국인데 우리 영화가 의미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한 애니메이션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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