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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정의선 수석부회장 불러놓고 일제차 보여준 청와대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7.15 10:15 수정 2020.07.15 14:43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보고회 애국가 영상에 토요타 프리우스 등장

미래산업 육성 비전 보여준다며 산업에 대한 무지 보여준 '대참사'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애국가 영상에 등장한 토요타 프리우스 내부 모습(위). 원본 영상인 네이버랩스의 자율 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기념 영상에는 프리우스 외관을 포함한 전체 모습(아래)이 등장한다. ⓒKTV 국민방송/네이버랩스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애국가 영상에 등장한 토요타 프리우스 내부 모습(위). 원본 영상인 네이버랩스의 자율 주행차 임시운행 허가 기념 영상에는 프리우스 외관을 포함한 전체 모습(아래)이 등장한다. ⓒKTV 국민방송/네이버랩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 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정부 재정 160조원을 투자해 국민들에게는 일자리 190만개를 만들어주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였으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 국면에서 매우 적절한 반전 카드였음은 분명하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전략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의 선두주자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온라인으로 초청해 의견을 청취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정작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이라는 점을 3년여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야 깨달은 듯하다.


문제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최대 장기(?)로 평가받았던 ‘쇼맨십’에서 발생했다. 행사의 첫 순서로 국민의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영된 애국가 배경 영상에 일본 토요타의 제품이 ‘떡하니’ 등장한 것이다.


로보틱스, 증강현실, 5G,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스마트홈, 친환경에너지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영상의 구성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하필이면 국내 자동차 대표기업 현대차가 아닌 일본 토요타의 친환경차 프리우스가 등장했다.


미래산업 육성 비전을 보여주겠다며 큰 판을 벌여 놓고 산업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 ‘대참사’였다(본인들은 아직까지 이게 대참사인지 모를 정도로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해당 화면에서는 차의 외관이 보이지 않고 내부 모습도 화면이 어두워 핸들에 새겨진 토요타 엠블럼이 정확하게 식별되진 않는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차량 내부 모습은 업계 종사자, 나아가 자동차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토요타 프리우스 고유의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이라도 평범했다면 이해하고 넘어갈 법하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차는 계기판이 운전석 바로 앞이 아닌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붙어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국산차 중에 이런 디자인을 채택한 차는 지난해 단종된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가 유일했다. 지금은 전무하다. 세계적으로도 저런 식의 디자인은 프리우스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백번 양보해, 차종을 확인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영상의 출처를 추적해본 결과 그것도 아니었다.


애국가 영상에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부분은 네이버랩스가 IT업계 최초 자율 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기념해 공개한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토요타의 엠블럼이 명확하게 드러난 차의 외관이 여러 차례 노출된다.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는 프리우스 V 2015년식이다.


애국가 영상에 일본차를 밀어 넣은 일을 도저히 ‘실수’라고 변호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테스트용으로 국산차와 수입차 무관하게 기술적으로 최적의 차를 판단해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국민도 본인의 취향에 맞다면 일본차를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애국가 배경영상을 만드는 이들은 달라야 한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공연기획 전문가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영상의 흐름에 적합한 ‘모양새 좋은 장면’이 있다면 거기 등장하는 차종의 국적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걸 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다른 나라도 아닌, 오랜 기간 증오와 갈등이 쌓여온 데다, 최근 들어 아베의 수출규제 몽니로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일본이 아니던가. 국민들은 그 일본이 만든 차를 대상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여왔다.


나아가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의 대표주자로 내세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체면도 고려해야 했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친환경차 분야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현대차의 수장을 비중 있게 등장시킨 공식 행사에서 토요타의 친환경차를 보여주다니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엠블럼이 가려졌다고 프리우스가 국산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본질이다. 6·25 참전용사 유해를 싣고 온 공중급유기를 모양만 같은 다른 기체로 바꿔치기한다고 그게 본질조차 바꿔놓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호국영령과 국민에 대한 결례를 저지른 ‘6·25 전쟁 70주년 기념행사’나,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산업에 대한 무지를 대놓고 보여준 이번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국민보고대회’나 모두 ‘눈으로 보이는 모양새’에 목숨 거느라 본질을 놓치는 문재인 정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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