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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몸집 불리는 OTT 산업, 함께 커지는 저작권 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07.14 08:22 수정 2020.07.14 08:24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웨이브, 왓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웨이브, 왓챠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음악사용과 관련한 저작권 이슈도 같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커진 이슈만큼 갈등도 깊어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과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토종 OTT업계가 음악 저작권료를 놓고 “협의 의지가 있다”면서도 각자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13일 한 OTT 업계 관계자는 “4차 협상 후인 지난달 3일 내용증명이 한음저협으로부터 발송됐고, 7일 수신했다”고 밝혔다. 한음저협이 발송한 내용증명에는 웨이브와 왓챠플레이, 시즌, 유플러스 모바일 등 국내 주요 OTT 서비스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시정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저작권 관련법에 따르면 방송 사업자는 방송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한음저협에 지불해야 해지만, 신산업인 OTT는 음악 저작권료 지급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제 저작권료를 내지 않은 채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음악이 사용되는 모든 서비스는 신규 론칭 전 음악 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저작권법상 당연한 원칙이고, 계약 없는 음악사용은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 대형 OTT 업체들은 사전 연락 없이 서비스를 개시했을 뿐 아니라 이어진 협회의 지속적인 계약 이행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OTT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함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협상이 시작됐다. 이전엔 기존의 규정대로 징수하고 있었다”면서 “한음저협이 넷플릭스에 적용하고 있는 2.5%라는 요율을 제시하면서 이를 적용해 달라고 밝혀왔다”면서 “우리는 이 요율이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상세하게 밝혀달라고 했지만 관련 세부 규정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 없이 ‘넷플릭스가 이렇게 규정하고 있으니 국내도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한음저협은 2018년부터 넷플릭스 국내 매출액의 약 2.5%를 음악 저작권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국내 OTT 업계는 현행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에 대한 방송물 재전송 서비스 징수 규정에 따라 매출액의 0.56%를 한음저협에 내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이어 “기존의 재전송 요율을 무조건 고집하는 건 아니다. 현재 OTT 시장이 형성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OTT 특성을 생각해서 새로운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징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합당한 이유를 알고 싶다. 규정 프로세스에 대해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합의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새로운 규정, 요율이 나올 시에 적극적으로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음저협은 무조건 2.5%의 요율을 내세우며 따르라는 식의 입장을 보였다 OTT 업계의 주장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협회 관계자는 “이미 협의가 진행된 사업자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업자들도 있다. 지금까지 회의를 진행했던 사업자들은 0.5% 요율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주장을 해왔다. 향후에도 지금의 요율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협의가 어려웠던 이유는 이용자 측에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용자 측에서 지금과 같은 주장을 유지한다고 하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또 2.5% 요율에 대한 세부 규정을 밝히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물론 기준이 있고 충분히 말씀드렸다. 국제적 요율 수준이나, 동일 서비스에 대한 선례들을 바탕으로 했다. 추가로 참작할 수 있는 선택지까지 말씀드렸다”면서 “협회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양측의 의견을 들었으나 이번에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계속되는 갈등에 한음저협은 소송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사업자마다 경상은 다를 것”이라면서 다수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벌일 계획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결국 소송까지 벌일 경우 사태가 장기화하고 서비스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피해가 막대하게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OTT 관계자는 “문체부에서도 중재에 나서겠지만, 혹시 한음저협에서 제시한 요율인 2.5%가 적용된다면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성장하려는 OTT 산업에 굉장히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국내 OTT 업계 대부분이 적자인 상황인데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요율을 책정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국내 OTT들이 뚜렷한 근거 없이 저작권 계약을 미루고 있으며, 저작권료를 납부할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납부를 지연하거나 차별적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침해에 대한 책임을 뒤로 한 채 일반적인 협의의 양상이 진행된다면, 이는 향후 모든 음악사용에 관한 위법행위를 정당화하는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서비스 론칭 시점부터 저작권자들과 성실하게 협의해 온 다른 모든 음악 이용자들의 노력 또한 허사로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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