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코로나' 어닝시즌, 성장주 vs 경기민감주 승자는
입력 2020.07.08 05:00
수정 2020.07.08 07:45
씨젠 등 언택트·성장주, 2분기 컨센서스 영업익 전년 대비 3390%↑
“이달도 경기민감주 반등 어려워...3분기 중 성장주 속도조절 예상”
상장사들이 2분기 어닝시즌에 돌입하면서 비대면(언택트) 등 성장주의 실적이 부각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과 수혜 기대감이 더해진 2차 랠리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며 당분간 경기민감주의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다만 하반기 중 경기회복 관련주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기업들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63개 중 33개가 언택트 관련주 및 성장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소프트웨어·헬스케어·식료품·인터넷·비대면쇼핑·미디어 등이다.
특히 씨젠(3390.1%), 셀트리온헬스케어(620.8%), 농심(284%), 하이트진로(257.4%), 카카오(135.3%), 넷마블(96.8%), 엔씨소프트(96.4%) 등은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년 대비 100% 증가에 육박하거나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어 팜스빌(81.7%), 셀트리온(80.4%) 네이버(77.3%), 푸드나무(67.5%) 에코마케팅(52.8%), 스튜디오드래곤(49.6%), 오리온(46.8%), 네오위즈(46.2%), CJ제일제당(42.4%) 등이 전년과 비교해 40~8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적자확대·적자전환 및 영업이입이 전년 대비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61개 기업 중 40개 기업이 경기민감주인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재·소재·경기소비재·IT·금융·에너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증권사들은 에쓰오일·LG디스플레이·제주항공·모두투어 등의 적자확대를 예상했고 SK이노베이션·만도·현대제철·현대위아·비에이치와 카지노주 등은 적자전환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온시스템(-99.1%), 세아베스틸(93.4%), 한국가스공사(-86.9%), 넥센타이어(-81.0%) 등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0% 이상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78.7%), 기아차(-77.4%), 포스코(-76.6%), 현대중공업지주(-74.9%), SK(-73.4%), 두산밥캣(-72.5%), 현대차(-72.3%) 등도 전년 대비 7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는 언택트 및 성장주에 다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주가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2분기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지고 코로나19가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추가 상승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이날 카카오는 전장 대비 3.33% 오른 31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지난 6일 장중 30만원을 최초로 돌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이달에도 경기민감주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임지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가 크기 때문에 7월에도 경기민감주의 반등은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다만 7월부터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돼 추정치 변동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2분기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고 정확한 피해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컨센서스와 차이가 클 수 있다”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 및 업종 위주로 접근하며 변동성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이어지며 증시가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성장주와 함께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의 실적 선방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2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낮지만 업종별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반도체가 양호한 실적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방어해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의 순매수가 지수 상승을 이끌어 왔으나, 상존하는 리스크로 움직임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쏠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실적도 성장주 흐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경기와 이익 회복, 주가 반영의 강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성장주를 중심으로 3분기 중 속도 조절 과정을 거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급등했지만 회복 수준은 이전 고점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크게 초과하는 등 성장주가 부담 상승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성장주 강세는 분명 이유 있는 결과였지만 하반기에는 핵심 변수였던 유동성 공급에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주가만큼 PER이 상승한 일부 성장주의 속도 조절은 비중이 크게 높아진 만큼 하반기 지수상승에도 제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변화의 핵심은 반사이익에서 경기회복 성격으로의 관심 이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