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버티는 기업…은행은 불어난 이자에 '표정 관리'
입력 2020.07.07 06:00
수정 2020.07.06 22:22
5대銀 기업대출 올해 상반기만 43조 급증…560조 육박
예대 마진 반등 '숨은 주역'…비난 우려에 숨죽인 은행
국내 5대 은행들이 기업에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4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이후 빚을 내 버티는 기업들이 많아진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힘입어 축소가 불가피해 보이던 이자 마진이 다시 확대되면서 은행들로서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게 된 가운데, 자칫 위기를 발판 삼아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을 경계하며 표정 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이 보유한 기업대출 잔액은 총 559조3807억원으로 지난해 말(516조3038억원)보다 8.3%(43조76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기업대출이 일제히 증가 곡선을 그렸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121조600억원에서 133조1530억원으로 10.0%(12조930억원) 늘며 최대를 유지했다. 그 다음으로 신한은행의 기업대출이 105조1265억원에서 113조5474억원으로 8.0%(8조4209억원) 증가하며 많은 편이었다.
나머지 은행들의 기업대출도 일제히 100조원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은 99조5757억원에서 106조6221억원으로, 우리은행은 97조844억원에서 104조9261억원으로 각각 7.1%(7조464억원)와 8.1%(7조8417억원)씩 기업대출이 늘었다. 농협은행 역시 기업대출이 93조4572억원에서 101조1321억원으로 8.2%(7조6749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은행 기업대출이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한파가 자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경기가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위축되면서 자금이 부족해진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던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국내 은행들의 전체 기업대출은 27조9000억여원이나 늘면서 월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결국 은행들만 반대급부를 얻게 된 모습이다. 우선 늘어나는 대출만으로도 은행들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아가는 기업 고객들까지 많아지면서 은행들의 이자 마진 효율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은행들의 대출 금리에서 예·적금 등 저축성 수신 상품에 대한 이자율을 뺀 예대 금리 차이는 1.75%로 전달(1.60%)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은행 예대 금리 차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고금리 대출이 늘어나면서 은행 기업대출 전반의 평균 이자율이 같은 기간 2.77%에서 2.83%로 0.06%포인트 상승한 영향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예대 마진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주름살이 깊어지는 상황이었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급락하면서다. 통상 기준금리 하락은 은행의 이자 수익성을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올해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 금융 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제로금리 시대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은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결론만 놓고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 속 빠르게 몸집을 키운 기업대출이 은행들에겐 반전을 가져다주는 호재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런 현실을 내심 쉬쉬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와중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부정적 여론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둔화 지속으로 올해 국내 대출 시장은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변수로 반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른바 코로나 대출이 알게 모르게 저금리로 인한 실적 악화를 우려하던 은행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