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획-변화하는 바다②] 서울면적 6배, 해양생물자원의 보고 ‘갯벌’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0.06.29 10:00 수정 2020.06.29 12:46

무한 가치 갯벌, 보전과 복원을~

지연정화 가능한 쓸모 있는 어업터전

우수한 우리 갯벌 생태계


그동안 갯벌은 육지와 바다의 중간지대로 좁은 국토 면적을 손쉽게 연장할 수 있는 간척 대상지로만 인식해왔다.


하지만 연안해양생물의 70%가 서식하는 해양생물자원의 보고이자 연안오염의 완충지대로 그리고 생태관광지로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인식이 제고됨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는 갯벌 보호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선진국들은 1980년부터 간척사업을 금지하고 있고 미국은 갯벌 계획보호복원법을 만들어 2005년부터 갯벌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면적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갯벌이 가진 무한한 가치에 대해 이번 기획연제 두 번째 주제로 ‘우수한 우리 갯벌생태계’를 소개한다.


◆자정하는 바다의 허파, 갯벌…홍수·태풍에 자연방파제로도 역할


갯벌이라 함은 갯가, 즉 바닷가에 펼쳐진 넓은 벌판이라는 뜻으로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바닷물이 들어오면 물에 잠기고, 바닷물이 나가면 땅이 드러나는 지역을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최대 10m로 우리나라 갯벌 면적의 80% 이상(2079.9㎢)을 차지하고 있다. 육지와 바다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갯벌은 1970년대에는 간척과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돼, 갯벌을 매워 농지나 공업부지로 만드는 것이 당연시 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면서 갯벌의 보전과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무안갯벌, 서천갯벌, 신안갯벌 등 13개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건강한 갯벌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갯벌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 하고 갯벌은 바다의 허파라고 한다. 갯벌은 연안으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홍수와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기후를 조절하는 자연방파제 역할을 한다. 또한 갯벌로 유입되는 육지 영양분으로 인해 생물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갯벌 맨손어업과 염전 등 독특한 문화가 어우러져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갯벌이 된다.


갯벌 이해도 ⓒ해양수산부 인포그래픽 갯벌 이해도 ⓒ해양수산부 인포그래픽

갯벌 초입에는 염생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염생식물은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서식하는 식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마디가 퉁퉁하게 나온 퉁퉁마디,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는 칠면초, 모래갯벌에서 잘 보이는 나문재가 대표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염생식물은 염전 인근에 주로 분포해 소금생산에 방해되는 잡초로 인식되기도 하나, 사실은 먹이망의 가장 기초가 되는 생물이자, 갯벌 저서생물들의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퉁퉁마디는 ‘함초’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식물로, 과거부터 약초로 활용돼 왔으며 현재는 함초환, 함초소금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갯벌의 생물들 ⓒ(사)에코코리아 갯벌의 생물들 ⓒ(사)에코코리아

본격적으로 갯벌이 시작되면, 갯벌에 빼꼼하게 위치한 많은 구멍에서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드나들며 바쁘게 움직인다.


농게는 서·남해안 갯벌에 넓게 분포하며, 유난히 큰 한쪽 집게다리를 가진 수컷은 산란기 때 바이올린을 키듯 들썩거리며 암컷을 유혹한다. 농게는 굴에 손을 집어넣는 전통방식으로 잡으며, 젓갈이나 장을 담가 먹는다.


그 옆으로는 짱뚱어가 화려한 등지느러미를 펴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슴지느러미를 다리처럼 이용해 갯벌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짱뚱어를 지역 주민들은 4개의 바늘로 이루어진 낚시를 이용한 훌치기 기법의 전통어법을 사용해 잡아챈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큰 포식자들에게 영양분을 전달하는 중간 영양전달자로 갯벌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갯벌의 생물들 ⓒ해양환경정보포털 갯벌의 생물들 ⓒ해양환경정보포털

이렇듯 물이 빠지고 들어올 때마다 게와 물고기 등 다양한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갯벌은 사람만 찾는 것이 아니다. 많은 바닷새들도 갯벌을 찾는다. 우리나라 갯벌을 대표하는 바닷새로는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가 있다.


이들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RED list)에 기재돼 있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며, 해수부에서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특히 저어새의 경우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4000여 마리만 관찰됐는데, 우리나라 갯벌은 저어새의 번식지로써 중요한 지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갯벌의 생물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갯벌의 생물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과거부터 갯벌은 인간에게 물고기, 낙지, 조개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활터전이었으며, 현재에도 우리나라 갯벌 내 어업활동이 일어나는 면적이 전체 갯벌 면적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갯벌 주변 마을에서는 갯벌을 주 소득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은 ‘바다의 금’으로 여겨지며, 갯벌의 주요 생산품이다.


이렇듯 우리 갯벌은 자연을 정화시켜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들을 부양하는 서식처로서 중요한 장소다. 이에 작년 1월 국회에서는 ‘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갯벌을 유지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