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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소소한 영화관] 한국전쟁 70주년, 치유할 수 없는 상처 '바다로 가자'

  • [데일리안] 입력 2020.06.26 13:48
  • 수정 2020.06.26 13:51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실향민 2세대 김량 가족 연출…"아버지 이야기 토대"

<수백억대 투자금이 투입된 영화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영화의 재미와 의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있습니다. 많은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나지는 못하지만, 꼭 챙겨봐야 할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바다로 가자' 포스터.ⓒ아워스


같은 하늘 아래 있는데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슬픔. 70년이 지났지만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잊은 적이 없어 밤마다 우는 고통.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우리가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인류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멀기만 하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개봉한 영화 '바다로 간다'는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향민 2세인 김량 감독이 실향민 1세대인 아버지의 삶을 역추적하면서 실향민 2세, 3세대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담담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다.


김 감독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단천군 여해진의 한 바닷가 마을. 아버지는 한국전쟁 이후 가족을 고향에 두고 홀로 남으로 내려와 부산에 정착해 가정을 꾸렸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겪고, 이산의 아픔을 가슴속에 간직한 그는 파킨슨병 판정을 받는다. 말수가 점점 줄어드는 아버지를 본 감독은 아버지가 못다 한 이야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김 감독 아버지와 같은 실향민들의 고통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고향에 있고,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심정은 애통하다. 외로움이 응어리지다 보니 가족들과도 불화를 겪는다. 김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존재했지만 부재한,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바다로 가자' 스틸.ⓒ아워스

실향민들의 상처는 곪고 곪았다. 실향민의 아들 홍근진 씨는 아버지 세대를 '성격 파괴자'라고 규정했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내 옆에 있는 적을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평생 치유할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이유에서다. 가족을 보지 못하는 애끓는 마음은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홍근진 씨의 아들 홍성민 씨가 할아버지에게 남은 상흔에 대해 "치유가 필요하지만, 치유할 수 없다"는 말은 트라우마가 실향민의 마음속에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실향민 1세대가 2세대, 3세대에 미치는 영향도 들여본다.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향민의 상처와 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솔직한 고백은 세대 차이를 담아내며 가족을 돌아보게 한다. 가족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이 보고 싶다는 실향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리기 시작한다.


북에 남은 가족들과 자신의 사진을 합성해 가족사진을 만드는 등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아픔을 지닌 이산가족들의 증언이 마음을 울린다. 한국전쟁과 분단이 70년에 걸쳐 우리에게 남기고 있는, 현재진행형 상처임을 보여준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단과 가족이다. 분단은 어쩌면 당연하게 존재했던 현상이자 사회적 조건으로 받아들여졌고, 익숙하면서도 무심해진 현실이 됐다. '바다로 가자'는 실향민 1세대인 아버지의 삶을 마주하고, 우리가 무관심했던 '분단'이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가족, 그리고 국가가 처한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짚는다.


김 감독은 "전쟁이라는 '거시적인 역사'가 어떻게 '개인의 미시적 역사'를 형성하고, 그 후 세대를 통해 어떻게 전달되고 인식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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