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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재헌 HMM 본부장 "선사들, 코로나로 공생 택했다…경영정상화 빨라질 것"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0.06.24 06:00 수정 2020.06.23 21:24

코로나로 中 항만 봉쇄되자 부산항만 1Q 물동량 '반사효과'

24k 초대형선, 물량 3배 싣고도 연료비는 비슷…최적화 모델

얼라이언스, 치킨게임 대신 노선 합리화 등 선복량 조절로 '공생'

정재헌 HMM 부산지역본부장이 23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HMM 정재헌 HMM 부산지역본부장이 23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HMM

"선사들은 더 이상 치킨게임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밀히 협력해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중심엔 초대형선이 있다."


23일 오전 HMM 부산지역본부에서 만난 정재헌 부산지역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이후 달라진 해운산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2만4000TEU급(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 선박에 들어가는 기름은 8000TEU급과 비슷하다. 같은 연료로 물량을 3배나 실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단위당 운송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늘어난 공급량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과거 치열한 단가 경쟁으로 해운사 죽이기에 나섰던 글로벌 선사들이 이제는 공생 방안을 찾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코로나19로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얼라이언스(해운동맹)별로 임시결항, 노선 합리화 등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 조절에 나섰다.


배를 줄이는 대신 물량은 가득 채웠다. 적자 노선이 축소되니 그만큼 비용도 절감됐다. 그러자 해운 운임이 크게 상승했고 선사들의 실적 역시 개선됐다. 실제 HMM은 운항비 절감, 운임 상승 등의 효과로 올해 1분기 영업손실(20억원) 규모가 전년 동기 보다 1037억원 축소됐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HMM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일본 ONE이 나눠쓴다. 배를 묶어두는 계선비도 다 나눈다. 항비도 마찬가지다. 비용이 낮아지면서 선사들의 1분기 실적이 나아졌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HMM의 경영정상화는 좀 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


HMM의 실적 개선 배경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중국의 셧다운(일시폐쇄) 조치도 있었다. 상해·닝보 등 항만 봉쇄로 중국에 들어가야 할 물량이 상대적으로 광양, 부산에 쌓이게 되면서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컨테이너를 중국 대신 부산에 내려놓게 되면서 올해 1분기 물동량은 오히려 늘었다. 5월엔 코로나19 타격으로 10~20% 가량 주춤했으나 이달 말부터는 다시 회복중이다. 코로나와 관련된 물품이나 가전 물량이 꾸준히 나가고 있다."


정재헌 HMM 부산지역본부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HMM 정재헌 HMM 부산지역본부장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HMM

전체적인 물동량은 늘었지만 그만큼 빈 컨테이너가 중국 대신 국내로 유입되다 보니 스토리지(보관) 비용이 늘어나 애를 먹기도 했다.


"한 마디로 터미널 과적 상태였다. 1분기에는 컨테이너박스를 놔둘 곳이 없어 에이프런(안벽에 인접한 야드 부분)까지 내려놓을 정도였다. 냉동 컨테이너가 제일 심각했다. 전기를 꽂을 플러그가 한정돼 있다보니 부산에서 광양으로 컨테이너를 실어나르기도 했다. 이런 저런 비용 부담 때문에 화주나 선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정 본부장은 해운 시장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하반기까지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말부터 물량이 회복되고 있다. 코로나 종식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지만 이 보다는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제조물량이 더 나가는 것 같다. 하반기엔 V와 U 사이의 중간 형태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선복만큼 항만도 수익성 측면에서 챙겨야할 중요 과제다. 앞서 HMM은 지난해 1월부산항 신항 4부두(HPNT) 지분 50%를 확보하며 운영권을 갖게됐다. 자사 소유의 터미널을 갖게 되자 수익성은 이전 보다 확실히 좋아졌다.


"HMM 상황에 맞춰 배를 접안시킬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배가 제 때 못들어오고 기다리게 되면 부대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터미널 운영사로서 큰 장점이다. 이런 장점을 기반으로 화주 물량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항만 운영 최적화, 초대형선 투입 등이 시너지를 발휘하면 한국 해운산업은 다시 뛰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초대형선이 투입되자 과거 고가의 용선을 쓰던 때와 달리 비용이 뚝뚝 줄었다고 한다. 이런 고효율 선박을 기반으로 선사들은 앞으로 비용과 선복을 긴밀하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선박 대형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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