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넥스트노멀] 전문가 4인 대담…"언택트는 시대적 요구, 결국 가야할 길"
입력 2020.06.22 06:00
수정 2020.06.22 04:41
신성환 "금융 비즈니스모델 언택트로 변화하는 계기"
윤창현 "실물경제의 충격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
이채원 "개인 투자패턴 점점 투기적 양상 보여 우려"
이효섭 "지적재산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태세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 패턴이 가져올 변화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경제 대동맥 역할을 하는 금융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언텍트’ 기류와 함께 성큼 다가올 금융의 새로운 지형은 한국 경제의 나침반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금융 넥스트노멀의 다양한 모습과 이에 대한 생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금융‧자본시장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될 시장환경의 키워드로 '언택트(비대면)'를 꼽았다. 금융‧자본시장 모두 "실물경제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데일리안은 신성환 한국금융학회장,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나다順)에게 코로나19 이후 금융‧자본시장의 미래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자본시장에서 가장 크게 변화될 환경에 대해 진단한다면.
▲신성환 회장= 기본적으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언택트(비대면)로 변화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금융권에서의 언택트는 기본적으로 비대면 인프라 구축에서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사들도 언택트로 가야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이다. 금융시장 전체로 보면, 실물경제 충격에 따른 여진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고,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향후 부작용이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실물경제 충격이 아물 때 에셋버블(자산거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금융업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윤창현 의원=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어떤 한 방향을 예측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주식시장과 같은 직접금융은 국가 주도로 유동성이 풀리다보니까 일종의 호재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 2912조원 수준이었던 총통화 평균잔액은 올해 4월 기준 3016조원으로 100조원 넘게 늘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무려 9.1%에 달한다. 돈의 흐름이 가져오는 특징이 나타나는 것이다.
간접금융인 은행 중심의 대출 쪽은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것 같다. 은행의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인데, 코로나19 금융지원 이후 기업들이 버티다가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하면 부실 위험이 커지게 된다. 부동산까지 안 좋아질 가능성 있다. 돈은 풀리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돈은 결국 국지적 인플레가 가능한 곳인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채원 대표= 코로나19 이후 큰 흐름으로 본다면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가 더욱 강화됐고, 동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가 활발해졌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지수가 충격을 받았고 저가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트리거로 작용했다. 부동산, 주식, 채권 3대 자산을 놓고 볼때 주식의 비중이 가장 낮은 편인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가장 큰 변화는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됐다는 것이고, 부동산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수급에서의 큰 변화가 나타났다. 우려되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점점 투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량주를 매수해 장기투자하면서 배당금을 받는 투자 패턴에서 인버스나 레버리지ETF, 원유ETN 등 테마주에 편승하는 투기적 매매가 많아지면서 손실도 더 커질 수 있다.
▲이효섭 위원= 앞으로 시장의 변화는 구조적 변화와 가속화되는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금융시장 구조적 변화로는 첫째 경제주체의 위험회피 성향 증가, 둘째 주식‧채권‧파생‧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한 단계 높아지는 꼬리위험의 증가, 셋째 경제주체의 양극화 등이다. 정치‧사회적으로는 반세계화 및 정부역할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아울러 가속화되는 부분은 저금리·저성장·저물가 등의 뉴노멀이 가속화될 것이며 언택트 이코노미에 따른 디지털 혁신 가속화, 그리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가속화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자본시장이 생존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중요한 과제를 집어본다면.
▲신성환 회장= 우선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물경제 여진에 대비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지금은 유동성의 힘으로 버티고 있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는 없다. 결국 부실화되는 기업이나 소상공인 나올 것이고, 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금융시장에서 가장 먼저 충당금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들이 과거 위기를 거치면서 기축통화는 없는데, 부채가 증가하면서 어느 선을 넘어가면 신뢰 잃고 자본 유출로 국제시장 불안을 조성할 가능성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윤창현 의원= 코로나19 사태에서 실물경제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실물경제 악화로 금융이 받는 충격을 막아내야 하는데, 중요한 게 은행이다. 은행의 대출이 부실화했을 때 적립한 대손충당금으로 메울 수 있는 역량이 잘 갖춰져 있으면 다행이지만, 부실화되면 여파가 엄청나게 미치게 되는 게 문제다. 이는 은행권이 가진 한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주식시장이야 등락이 있겠지만, 문제는 은행이다.
▲이채원 대표= 코로나19로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는데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언택트 문화가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좋은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앞으로 방향성을 살펴본다면 국내외 언택트 기업들이 계속해서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실체가 있는 제품을 팔아야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식료 대표기업인 농심과 오뚜기, CJ제일제당이 약진을 했다. 이들 종목들의 제품이 나빴다면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언택트 중심으로 바뀐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는 제품은 있다. 의식주와 관련된 식생활이나 기업의 경쟁력이 중요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좋은 기업에 재무구조가 탄탄한 좋은 기업에 투자해야한다. 특히 현금이 많은 기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증자, 차입, 자금조달이 수월한데 그렇지 못하면 굉장히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명암이 갈릴 수 있다. 어려운 시기가 1년간 지속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간 못 견디고 도태되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효섭 위원= 더 이상 고위험 상품 판매 중심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데 장기 자산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회사 역시 고위험 자기매매 사업은 손익 변동성이 크고 채권금리도 낮아지고 있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모험자본을 중개하고 직접 투자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보다 장기 이해관계자 이익,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오히려 지속가능하다. 새로운 투자기회를 본다면 앞으로는 무형자산의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특허, 지적재산권을 누가 많이 보유하고 있고 얼마나 가치 있는 곳에 활용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프리(Pre)-IPO 주식, 국내외 ICT‧바이오 기업 등이 유망할 것이고 투자환경도 바뀔 전망이다. 간접투자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 비대면 직접투자 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투자전략도 액티브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금융‧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신성환 회장=언택트 산업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이에 잘 대응하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정책이 금융산업을 선도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정부가 섣부른 금융 및 산업정책을 일단 뒤로 미루고,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금융시장에 새로운 아젠다를 던지려고 하면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또 금융시장 규제는 너무 강하게 조여서 움직일 수 없게 하거나 반대로 너무 풀어서 금융소비자 이익 침해로 불안정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해야 할 것이다.
▲윤창현 의원=현재 주식시장에선 증권사의 어려움이 있으니까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급한 부분은 기간산업이나 어려움 겪는 주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다. 이는 금융정책인 동시에 산업정책이다. 정부는 문 닫는 기업을 최소화하는데 정책을 동원해야 한다. 전략산업의 기업들은 일단은 문을 열고 있을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이채원 대표= 기본적으로 자율적인 경쟁을 침해하는 요건이 아니라면 시장에 맡기는 게 중요하고 규제는 없애주는 게 맞다. 충분히 생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시적 유동성위기에 처한 기업은 정부가 나서서 살려줄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된 항공, 숙박, 여행 등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일시적 유동성에 처한 기업이기 때문에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세금에 대한 부분도 다른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산업 성장에 대한 결실을 국민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이 되어야한다. 주식시장과 관련된 규제나 과도한 세금, 대주주요건 등이 강화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세 도입을 해야한다. 앞으로 시장이 호황일 때 해야 하고, 단계적인 소통 이후에 시기를 잘 가늠해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장기투자하면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세액공제 관련 펀드 상품들이 많아져 주식시장에 꾸준히 돈이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한다.
▲이효섭 위원= 라임사태와 DLF사태 등으로 소비자보호와 금융안정을 높여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금융혁신은 뒤로 하고 소비자보호와 금융안정에 과도한 무게를 두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혁신에도 균형을 두어야 하며, 자원의 효율적 배분, 위험관리, 혁신 지원이라는 자본시장의 순기능이 훼손되지 않아야한다. 규제 방향과 관련해서는 규제의 일관성, 양적 규제보다 질적 규제 중심, 합리적 규제 프로세스 수립 등이 필요하다. 금융회사 및 투자자 입장에서 규제 개선 또는 규제 미흡 등으로 활발하게 거래되는 상품이 하루아침에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량을 규제하는 양적 규제 방식보다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부분 중심으로 질적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투자상품 관련해서는 자율규제‧공시‧판매‧운용 순서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제일 마지막으로 총량 규제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고시 단기적인 규제 도입보다는 긴 안목에서 시장과 전문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 규제 편익‧비용의 엄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금융‧자본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헤쳐가기 위해 필요한 입법과제를 꼽아 본다면.
▲신성환 회장=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외에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장을 한국은행 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외압에 시달리지 않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연금이슈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다. 현재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어떤 영향으로 파장을 일으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결국 퇴직연금과 관련한 해법을 국회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윤창현 의원=결국 실물이 금융기관 부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산업을 잘 지원하는 방향의 입법이 우선 필요하다. 현재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있지만, 그럼에도 부족하면 더 조성하는 문제가 입법 과제로 오를 수 있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 국면을 극복할 수 있다면, 그때까지 기업이 견뎌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의 문제지만, 조치를 빨리 시행할 수 있도록 입법으로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효섭 위원= 혁신성장과 노후소득 증대를 지원할 수 있는 입법 방향이 바람직하다. 우선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본시장법과 하위 법령, 규정은 너무 촘촘하게 기술되어 있는 가운데 원칙중심 규제, 네거티브(Negative) 방식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 업권 간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고, 혁신적인 상품 등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 금융 환경으로 빠르고 변화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규제 방식으로는 미래의 변화를 대응하기 어렵다. 세부적으로는 주관사의 소유한도 규제, 감사인 3%룰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해외 계열사 신용공여 허용 등이 필요하다.
노후소득 증대를 위해 연금과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매우 낮은데 디폴트옵션 제도가 신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자본시장 세제는 거래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가는 방향이 맞는데 자본이득세만 높이고 거래세는 소폭 인하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 자본이득세 도입의 목적이 세수 증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하에 도입되어야 한다. 이같인 철학에서 금융상품별 손익통산, 손실 이연 제도 등이 반드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