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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두산, 시험대 오르는 ‘화수분 야구’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0.06.16 06:00 수정 2020.06.16 08:07

주축 선수들 줄부상으로 유망주 긴급 수혈

SK-삼성도 선수들 이탈로 화려한 시절 마감

두산 김태형 감독. ⓒ 뉴시스 두산 김태형 감독. ⓒ 뉴시스

지난 한 주 KBO리그의 최대 이슈는 바로 한화 이글스 18연패 탈출기였다. 한화는 어렵사리 연패 사슬을 끊었고, 19번째 경기서 만난 상대는 다름 아닌 지난 시즌 우승팀 두산이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팀 분위기가 처진 한화를 상대로 주말 3연전 싹쓸이를 염두에 뒀으나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1승 2패의 루징 시리즈는 물론 시즌 첫 연패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약속이라도 하듯 주전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으며 불펜 부진은 시즌 끝까지 김태형 감독을 괴롭힐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현재 21승 14패(승률 0.600)로 리그 3위에 올라있다. 선두 NC와는 5경기, 2위 LG에 1경기 차로 뒤처져있으며 4위 키움과는 1.5경기 차로 앞선 상황이다.


겉보기에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손을 대야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만약 상처가 이른 시간 내 아물지 않으면 보다 큰 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일단 올 시즌 두산은 최근 몇 년간 보여줬던 ‘절대 1강’의 강력함이 많이 무뎌져있다. 타선은 물샐틈없었고, 마운드는 선발부터 불펜진까지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하며 리그를 지배했던 두산이다.


하지만 현재 두산은 팀을 지탱해오던 선수들이 부상 암초에 걸려들었다. 오재원은 허벅지 통증, 허경민은 손가락 미세 골절, 급기야 오재일까지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안방 마님인 박세혁도 허리 통증, 외야수 정수빈은 발가락 타박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투수진은 더욱 심각하다. 선발 카드인 이용찬과 플레센이 동시에 빠져있으며 그나마 버텨주던 유희관은 지난 13일 경기가 우천 서스펜디드로 선언됨에 따라 고작 2이닝만 사용하는데 그쳤다.


최대 약점으로 떠오른 불펜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함덕주와 박치국은 컨디션 난조로 널뛰기 피칭을 선보이고, 2번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투수들은 좀 더 지켜봐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 팀들의 기록. ⓒ 데일리안 스포츠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 팀들의 기록. ⓒ 데일리안 스포츠

그나마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풍성한 팜이 위안거리다. 최근 두산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퓨처스리그서 올라온 젊은 선수들이 메워주길 바라고 있다. 1군에 등록된 권민석, 이유찬, 서예일, 양찬열, 백동훈, 국해성 등은 미래에 두산을 이끌 재목들로 구단과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럽고 원치 않은 리빌딩은 현재의 두산에 맞지 않은 옷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의 총구는 우승으로 정조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 진출마저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올 시즌은 두산이 왕조의 기치를 내걸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두산은 2015년부터 2년 연속 KBO리그를 제패한 뒤 다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고, 지난 시즌 왕좌에 복귀하면서 현존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얻는데 성공했다.


다만 KBO리그 역사에 족적을 남길 ‘왕조’로 불리기에는 2%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왕조 완성의 마지막 퍼즐 조각 하나가 올 시즌 우승이다.


한국시리즈에만 올라도 두산은 SK, 삼성과 함께 연속 진출 타이 기록을 이룰 수 있다. 앞선 두 팀들 모두 이 기간 왕조의 역사를 써냈기 때문에 두산으로서도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SK와 삼성은 왕조의 텃밭을 일궜던 주축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이탈했고, 7년째 되는 해 허무하게 가을 야구 문턱조차 넘지 못하며 문을 닫았다.


현재의 두산에도 이러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두산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화수분 야구’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기인 상황에서 두터운 선수층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대업을 이룰지 지켜볼 두산의 행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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