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트럼프 대북정책 '파산'..."북, 가을에 기습도발 가능성"
입력 2020.06.14 11:28
수정 2020.06.14 12:27
"'달콤한 협상' 나선 트럼프 진전 못 봐"
"톱다운 외교 실패…차기 대통령 더 힘들어져"
"美 대선 앞둔 10월 기습도발 가능성"
13일(현지시각) 미국 언론들은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미 대선 전 무력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NBC방송은 이날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보도한 '아름다운 친서에서 어두운 악몽까지: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도박은 어떻게 파산을 맞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미 협상의 현주소와 전망을 짚었다.
NBC방송은 리선권 외무상의 6·12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적 시간 낭비'에 대해 종언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달콤한 협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과감하지만 위험한 시도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미 정보 당국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핵탄두와 이를 운반할 미사일 체계 마련을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 주요 도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완성에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미 대통령 중 유일하게 '무법 정권'의 지도자와 직접 만나 김 위원장에 합법성을 부여해 다른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NBC에 "이른바 정상회담의 목표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이미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가 소진된데다 북한이 그사이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기 때문에 더더욱 (핵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한 만큼 다음 대통령으로선 더 힘든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북핵 위협은 없다"는 트윗을 남겼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그 뒤 정보 당국의 평가와 상업 위성사진 등을 통해 파악한 것은 북한이 핵분열 물질과 미사일 생산 등을 확대하고 향상해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8개 이상의 핵무기를 추가로 구축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북한이 제안한 것은 핵무기 축소가 아니었다"며 "(북한은) 제재 완화를 대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는 뉴스 거리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NBC방송은 올해 '전 세계적 위협'과 관련한 의회 공개 청문회가 불발된 이유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과 정보기관 당국자 사이의 이견을 꼽았다.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 비핵화 관련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또 다시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상황을 피하려 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NBC방송은 북한이 11월 3일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응징' 시도 차원에서 가을에 도발적인 무언가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미 대선 판단를 뒤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클링너 선임연구위원은 "아마도 10월에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공영라디오 NPR 역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NPR은 평양이 추가 도발을 준비해둔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이 북미 관계가 해빙을 맞는 것으로 보였던 2년 전과는 큰 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