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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번 주 뭐 볼까?] 신혜선의 '결백' VS 송지효의 '침입자'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0.06.13 18:16 수정 2020.07.03 15:04

허준호, '결백'서 짧은 분량에도 '엄지 척' 연기

'침입자' 김무열은 고군분투하며 영화 뒷받침

코로나19 속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결백'과 '침입자'ⓒ㈜키다리이엔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코로나19 속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결백'과 '침입자'ⓒ㈜키다리이엔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신혜선, 허준호, 배종옥, 홍경 그리고 김무열, 송지효, 소희정. 배우들 호연을 생각하면 타이밍이 아쉽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재확산으로 극장 관람을 권장하기 어렵고, 대작 영화들이 막연한 기대 속에 여름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이때. 용기를 내 관객들 앞에 선 작품들이다.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지만 극장은 어느 때보다 방역에 열심이고, 관객도 많지 않아 널찍널찍 거리를 두고 오롯이 영화에 집중하기에 좋은 것도 사실이다. 호불호는 갈리고 있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목금토일 6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할인권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장별 상영작들을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된 ‘추억의 영화’들이 여전히 시간표에 즐비하다. 한국영화 ‘결백’(감독 박상현)과 ‘침입자’(감독 손원평)가 제한적 상황 속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침입자’가 차지했던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결백’이 개봉하자마자 차지했다.다음 주엔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 디즈니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작지만 볼만한 영화 ‘야구소녀’가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도전하겠지만, 우선은 수성하고 있는 ‘결백’ 대 ‘침입자’ 두 영화를 먼저 언급코자 한다.


소재의 참신성으로 보면 ‘침입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실종되는 아이들(침입자), 농약 막걸리 사건(결백), 두 영화 모두 사회뉴스 난에서 봤던 사건 사고들이 어쩌면 이렇게 일어날 수도 있었겠다 싶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건넨다. 단순히 상상이 아니다. 꽤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그 가운데 ‘침입자’는 이미 영화에서 누차 다뤄진 적 있는 아이들의 연쇄 실종에 대해 신선한 영화적 상상력을 보여 준다. 김무열의 심장을 통과하는 틈새로 보이는 송지효의 간악한 얼굴, 그 신선한 포스터만큼이나 소재에 대한 접근법이 신선하다. 우리 집에 송지효가 연기한 유진이 가족의 이름으로 침입해 올까 두려울 만큼 영화는 공포와 미스터리로 관객을 몰아붙인다.예능감을 지우고 오랜만에 배우로 선 송지효의 노력 덕이다. 김무열은 마치 히어로가 된 듯 고군분투, 송지효를 살리고 영화를 뒷받침하는 열연을 했다.


배우들 연기는 두 영화 모두 좋지만, ‘결백’에 한 표.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의 보조로 보였던 신혜선은 어느새 원톱으로 영화를 책임지는 배우로 성장했다. 연기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동료 배우, 스태프 등 제작진에게서 칭찬이 나올 만큼 ‘사람을 챙기며’ 첫 단독 주연을 무난히 해냈다. 신혜선이 연기한 안정인 변호사의 대척점에 있는 악인은 허준호가 연기한 추 시장이다.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엄지를 들게 만드는 호연을 펼친 비결이 궁금했는데 언론시사회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의문이 풀렸다. 허준호는 “추 시장이 ‘결백’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지시는 했어도 손에 피는 묻히지 않았으니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허준호에게서 염치를 모르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추인회가 보였다. 악인을 악인답게 연기하지 않고, 스스로 결백하다고 믿고 연기하니 관객을 설득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두 영화의 아쉬운 점, 살짝 짚어 볼까. 먼저 ‘결백’. 영화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처럼 어떻게 분장해도 예쁜 외모가 가려지지 않은 배종옥은 촌부 채화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던졌다. 감독이 조금만 더 전형적이지 않은 어머니, 평면적이지 않은 화자로 ‘연출의 힘’을 실어 주었다면 그 노력이 더욱 빛났을 것이다.


‘침입자’는 침입자에 맞서 홀로 싸우는 서진 역의 김무열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거들어 주는 ‘같은 편’ 한 명만 붙여 줬어도 영화의 현실성이 배가 됐을 것이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호연한 바 있는 배우 허준석이 연기한 주 형사가 마지막에라도 서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면 김무열은 히어로가 아니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말미 서진의 대사 “설사 피가 섞였다 해도 너는 내 동생이 아니야”를 “설사 피가 섞였다 해도 너는 우리 가족이 아니야”라고 말했다면 어떨까. 동생은 DNA로 결정되지만, 가족의 구성 요건은 생물학과 다르다. 검독이 그리 선택했다면 서진의 유진에 대한 선택적 행동, 문서분쇄기 앞에서의 행위가 똑같은 그림이어도 달리 해석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서 오시라”고 힘주어 손 흔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영화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9일 만에 39만명의 선택을 받은 ‘침입자’와 3일 만에 11만명의 사랑을 받은 ‘결백’. 조용한 흥행이나마 지속하기를, 코로나19가 더욱 사그라들어 누구나 안심하고 영화관에서 폭염을 식힐 수 있기를 바란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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