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시작부터 파행?…민주당, 야당 합의 없이 본회의 강행 예고
입력 2020.06.12 00:10
수정 2020.06.12 05:06
법사위 놓고 여야 의견 팽팽…그간 관행은 야당 몫
민주당, 177석 앞세워 "이번에는 여당이 가져와야"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 12일 본회의 강행 예고…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가능성
통합당 "국회 상황 파행 이를 가능성 대단히 높아…국민 기대 어긋나면 안 돼"
원구성 협상 시일 마지막 날인 12일까지 여야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합의가 결렬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예고한 것처럼 민주당 단독 본회의 개의가 기정사실화 됐다. 야당은 국회 파행을 우려하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오후 내내 연이어 회동을 열어 상임위원회 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합의에 나섰지만 서로 평행선만 그렸다. 이날 오후에는 양 원내대표가 국회 인근의 모처에서 비공개로 회동을 진행할 만큼 합의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쟁점은 법제사법위원회를 누가 가져가느냐의 여부다. 실제 21대 국회 출범 후 2주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여야가 원구성 합의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 중 정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이 가장 큰 법사위는 그간 관례상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왔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두고 법사위 고유 권한인 체계자구심사권을 동원해 여당 위주의 법안 통과를 제지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사실상 미국 의회의 상원역할을 해왔다는 평가 속에, 지난 16대 국회부터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177석을 거머쥐었다는 이유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 전체 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겠다고 한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회 내내 발목잡기의 원흉이 됐던 법사위를 이번에는 여당이 가져와야 국정운영의 가속도를 낼 수 있다. 관행은 바꾸면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야당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유지했다.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야당을 밀어붙이며 "어떤 경우가 있어도 12일 본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최대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양보안을 제출해달라.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관례에 따라 상임위원장 배정을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계속해서 지적했다. 그는 "상임위원장을 뽑으려면 위원 배정을 먼저 해야 한다. 통합당이 어느 상임위를 맡을지 알아야 배정을 하는데 현 상태에서는 협력하려 해도 명단을 낼 수 없다. 개원은 규칙을 정하는 것이며 합의해서 원구성을 하라는 게 국회의 룰인 것"이라며 "내일 이후 국회 상황이 파행에 이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일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못 낸다고 하는 건 여전히 시간을 끌려는 것 아닌가 짐작된다"며 "결과가 뻔히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간의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기 힘들 전망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상임위원 정수 조정 특위'를 개최하고,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를 분리해 여야갸 번갈아 위원장을 맡는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민주당이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따라서 12일 본회의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민주당 모두 강한 의지를 보인 탓에 개의 강행과 함께 여당 몫의 법사위원장 선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실제 여당 출신의 법사위원장이 선출된다면 야당의 강도 높은 반발로 인해 국회가 상당한 혼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독단적인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국회의 전반적인 파행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집권여당으로서도 국회의 독단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부터 받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