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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경제 시대②] 곳곳에 경고음…'금융건전성 악화' 부실뇌관 우려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입력 2020.06.12 06:00 수정 2020.06.11 21:25

코로나 지원에 시중은행 '부담 가중'…산은·수은 재무건전성 '빨간불'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면 한국경제 구조적 위험 불가피" 전문가 지적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최악의 국가재정 상황이 지표로 나타나면서 향후 가계‧기업 부실에 따른 금융권 건전성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조달 역할을 떠안은 금융권에는 벌써부터 자본비율 하락과 연체율 상승 등 부실이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하며 금융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1~3월)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72%로 지난해 말보다 0.54%포인트 떨어졌다. 기본자본비율(12.80%)과 보통주자본비율(12.16%)도 각각 0.41%포인트, 0.40%포인트 하락했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은행이 BIS 기준 규제비율(10.5%)을 넘어섰다. 1분기에 위험가중자산 증가율(4.7%)이 자본 증가율(총자본 기준 1.0%)을 웃돌아 자본 비율이 하락한 것이다. 더욱이 은행들의 기업대출(32조7천억원), 장외파생상품 관련 위험가중 자산(16조원), 시장 위험 가중자산(6조6천억원) 등 위험가중 자산은 무려 73조원 늘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의 5월 연체율도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5월말 대출 연체율은 4월 말에 비해 0.02%포인트씩 상승했다. 상승 폭이 크지는 않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나선 후유증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위기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되는 하반기부터다. 연체율이 경기에 따라 나타나는 후행지표인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지 않으면 은행권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부실이 쌓여 향후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최악의 상황을 말해주는 지표는 1년쯤 지나고 왔다"면서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실업과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하면 여신 건전성도 자연히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지원이 끝나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던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은행이 크게 늘린 대출 등 리스크가 하반기 연체율 증가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금융권 전체는 물론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총대를 멘 국책은행의 재무건전성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BIS비율이 13.33%로 지난해 말 보다 0.7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4년 6월 말(13.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수출입은행도 13.73%로 지난해 보다 0.82%포인트 하락했다.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며 산업은행에 1조6500억원, 수출입은행에 38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하는 등 국책금융기관 자본 확충에 5조원을 배정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국책은행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금융 지원에 나서며 재무구조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인 만큼, 향후 건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기업대출 증가, 일괄 만기연장 등과 관련해 현재의 부실을 미래로 이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면서 "이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통해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재정과 금융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부채경제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부부채와 기업부채의 축적이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하로 이자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은 한동안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자 부담이 줄지만 동시에 대출 역시 더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빚을 통해 빚을 갚는 구조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부채경제' 상황에서 경기침체의 골은 커지며 회복기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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