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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야구단 강제매각?…"원매자가 없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0.06.11 10:46 수정 2020.06.12 11:43

경제적 효용가치·오너십 등 야구단 인수 유인 기업 찾기 힘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홍보효과↓ 운영비↑…매각시 제값 못 받을 듯

두산 베어스 직원이 구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 뉴시스 두산 베어스 직원이 구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 뉴시스

두산중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의 대표적인 비영업자산인 야구단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진의 의지와 무관하게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압력으로 인해 ‘강제매각’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현 시점에서 야구단이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처분의 대가’를 안겨줄 수 있는 원매자(願買者)가 없다면 채권단이 강제해도 팔 도리가 없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재무구조개선의 일환으로 유상증자 및 일부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두산으로부터 제출 받은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바탕으로 3조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상태라 자구안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을 제외한 핵심 계열사와 비영업자산 매각을 사실상 강제하는 특별약정을 두산그룹과 체결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두산그룹의 자산매각과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계열사들 중 하나가 두산베어스다. 야구단은 돈을 ‘벌어오는’ 게 아니라 ‘쓰는’ 사업체기 때문이다.


직원들까지 내보내 가며 한 푼이라도 줄여야 할 마당에 구단 지원금으로 매년 100억~200억원씩 지출되는 두산 베어스를 안고 갈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에서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돈 많거나, 소비재 기업이거나, 지역 연고가 있거나


문제는 현 시점에서 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기업이 나올지 여부다. 두산그룹의 의지건, 채권단의 강요건 두산베어스를 매각하려면 원매자를 찾아야 한다.


기업이 스포츠단, 특히 최고 인기 종목이자 최대 비용이 소요되는 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홍보효과 등 ‘경제적 효용 가치’와 지역사회 공헌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 그리고 구단주가 될 ‘오너의 의지’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야구단으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B2C(기업 대 소비자) 기업이거나, 야구단 연고지역과 사업 연관성이 큰 기업, 혹은 오너가 야구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원매자 후보가 될 수 있다. 물론 최우선 조건은 야구단을 인수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우선 재정적 여력 측면에서 보면 재계 상위권 그룹 중 상당수는 이미 야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삼성라이온즈), 현대차그룹(KIA타이거즈), SK(SK와이번스), LG(LG트윈스), 롯데(롯데자이언츠), 한화(한화이글스), KT(kt위즈) 등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농협 정도가 남는다.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전형적인 B2B(기업 대 기업)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굳이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 야구단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 GS도 유통부문인 GS리테일이 있긴 하지만 주력은 B2B인 정유와 건설이다.


연고 지역에서의 기업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두산베어스 인수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이 주력 사업장이고, GS는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 공장이 여수에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3개 구단 중 하나인 두산베어스는 지역색이 짙지 않다.


오너 일가가 야구에 관심이 많은 두산이나 한화와 같은 기업들도 찾기 힘들다. 포스코와 농협은 오너기업이 아니니 논외로 치고, 현대중공업이나 GS도 오너들이 경제적 효용 가치를 무시하고 야구단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진 않는다.


◆카카오 베어스? "검토한 적도 없다"


일각에서는 기업 규모 대비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IT기업이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두산베어스의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다.


야구단 운영은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꾸준히 투자돼야 하는 만큼 기업 규모가 작거나 실적 변동성이 큰 기업으로서는 함부로 뛰어들기 힘들다.


두산베어스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이 580억원이었으며, 그 중 특수관계자인 두산 계열사들과의 거래가 162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두산은 야구단에 대한 지출이 적은 모기업으로 꼽힌다. 키움증권이 독립된 개별 야구단인 히어로즈 구단에 네이밍 스폰서로서 지출하는 비용만 매년 100억원이다.


특히 지난해 137억원에 달했던 입장수입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무관중 경기로 최악의 경우 제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홍보효과가 약화되면서 사업수입도 더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운영비가 소요될 경우 모기업 지원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IT업계에서는 게임업체인 NC소프트가 NC다이노스를 창단한 전례가 있지만, 이는 야구 골수팬으로 유명한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IT 업계에서 허민 위메프 창업자를 제외하고는 김 대표만큼 야구를 좋아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허 대표는 현재 다른 야구단인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대표적인 IT기업으로 꼽히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프로야구 경기 중계권을 가진 기업이다. 굳이 개별 야구단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사의 두산베어스 인수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며, 검토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야구단 인수라는 큰 모험을 할 기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운영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당장 인수금액으로 거론되는 2000억원도 요즘 분위기에서는 쉽게 내놓기 힘든 금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고 홍보비 등을 줄이는 상황에서 비영업자산인 야구단을 인수하려는 기업이 나오긴 힘들다”면서 “설령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제 값을 받고 팔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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