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이스크림의 계절…올해도 가격 정찰제 힘 못 받나
입력 2020.06.10 07:00
수정 2020.06.09 22:12
상시할인체제 고착…빙과시장 왜곡·업체 실적 악화 등 부작용
2018년 기점으로 빙과업체 정찰제 도입에 속도…“정착은 장기적 접근 문제”
아이스크림 성수기 시즌이 돌아왔지만, 빙과업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에 권장 소비자가격을 표시하는 가격 정찰제에 시동을 건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격이 들쭉날쭉 한데다, 올해도 제도 정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판 중인 아이스크림에는 대부분 가격표시가 없다. 때문에 유통업체별로 ‘할인율’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빙과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슈퍼마켓 간 차이가 크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하는 ‘오픈 프라이스’를 도입하면서 생긴 풍토다.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이 적용대상이 됐다.
오픈 프라이스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으면서 1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빙과류에는 정찰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판매점마다 가격 차이가 2~3배 가까이 발생하는 데다, 판매점의 가격 표시율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등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또 비정상적인 상시할인체제 고착으로 빙과시장이 왜곡되면서 빙과업체들의 실적마저 악화시켰다.
실제로 국내 빙과 시장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5년 2조184억원 규모이던 시장은 2018년 1조632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소비하는 10~20대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아이스커피 등 여름이 성수기인 대체 제품이 증가한 것도 시장 축소 요인 중 하나다.
빙과 업체들은 2018년을 기점으로 가격정찰제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빙그레는 2018년 투게더와 엑설런트 등 카톤 아이스크림(떠먹는 아이스크림)에만 가격정찰제를 도입했다가, 지난해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 제과형 아이스크림으로 가격정찰제를 확대했다.
같은 시기 해태제과도 빙그레와 마찬가지로 통으로 된 카톤 아이스크림인 ‘베스트원’ 등 홈컵류 제품에 가격을 표시했다. 또 롯데푸드 역시 ‘구구’ 제품에 한해, 롯데제과는 ‘티코’와 ‘셀렉션’ 제품에 대해 유통점 납품 박스에 정찰제를 시작했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가격정찰제의 사전적 의미는 가격을 표기해서 되도록이면 그 가격에 팔리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현대의 유통구조상 가격을 표기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일정기간만 가격을 표기하거나 언론 등을 통해 적정한 가격에 대해 홍보하는 행위로 대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과도한 할인 납품이 안 되게 만드는 것에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들은 아주 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정가 보다 더 비싸게 구매하는 일도 줄어들어 가격이 안정화 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찰제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전면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폭 할인된 빙과제품을 이른바 '미끼 상품'으로 내세워 짭잘한 재미를 봐온 일선 유통업체들이 납품가 인상 조치에 반발하는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현장 영업사원을 통해 꾸준히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하고 점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타 업체와의 경쟁상황 때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슈퍼마켓 등 소매업체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형마트·편의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왔다. 인근 슈퍼마켓에서 ‘반값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1+1’ 등 상시 할인된 금액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커피 등 대체음료 시장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시할인체제가 고착되다 보니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실적 개선의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빙과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가격신뢰가 기본이 돼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